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
정부의 각종 지원 제도 가운데서 벤처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물적담보 없이 금융거래가 가능한 기술신용보증과 안정적인 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병역특례제도다. 병역특례제도는 73년부터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5년간 의무적으로 대체복무하게 해왔으며 89년에는 IT업계도 대상에 추가됐다. 우리 회사도 첫해부터 이 혜택을 받아왔기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군복무를 대신한 근무기간도 2003년부터 차츰 단축돼 지금은 36개월이다.
산업기능 병역특례요원은 한때 연간 2만명까지 배정됐지만 출산율 저하와 군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현역 입대자 부족으로 2002년 이후 매년 줄고 있다. 정부가 한때 이 제도를 폐지하려 했다가 산업계의 반발로 그나마 현재 45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IT분야에 배정되는 인원은 300여 명. 2000년 200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공계 기피와 함께 학생들의 소프트웨어(SW) 학습 기피현상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IT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우려하게 만든다. 더욱이 SW 전문가는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하고 긴 근무기간 탓에 3D 직종으로 인식되면서 선택을 기피하고 있다. 병역특례제도가 젊은이에게 특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힘이 든다는 이유로 진입을 망설이는 미래성장산업 분야에 특례요원 배정을 확대해 젊은이들에게 학습기회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복무를 피해 볼 목적으로 대학생들이 전공분야와 거리가 먼 단순한 생산직에서 일하는 것은 청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관련 기업도 이 시간을 담보로 해 싼 인력을 고용한 효과밖에 없다. 특례가 끝난 후에는 복학을 하거나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분명 36개월의 시간은 국가적 손실일 뿐이다. 병역특례 기간이 당장은 길고 힘들다고 기피하지만 기술 수준이 높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만으로 학습이 되고, 향후 그 산업의 주역이 될 수 있게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군 인력을 산업체에서 데려가 국가안보나 국방력을 약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젊은 인력이 극히 단순한 일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다. 관공서의 허드렛일 보조나 불법주차 단속, 산불예방 등 단순 업무를 하는 공익근무요원이 6만2000명에 육박한다. 미미한 장애 또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군복무가 불가능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산업현장에서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공익근무지에서 대충 때우기 식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사례나, 심하게는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오르는 근무지 불법성 고발 글들을 보면 오히려 이들에게 느슨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는 우려를 버릴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인재를 싼 임금으로 이용하는 꼴인데다가 근무기간이 끝나 떠난다는 것은 고용 효과조차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공익근무 젊은이들에게 기술 교육은 물론이고 이들을 전문인으로 양성해 고용을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 고용안정을 위한 인력 지원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기업에서 신기술을 익히게 함으로써 벤처창업을 하든지 해당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국가 성장동력인 인재들에게 현장학습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측면에서 청년자원의 배분을 새롭게 생각해 볼 때다.
hjcho@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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