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섯 차례의 본협상 가운데 이미 중반을 넘어서 이달 말 제주에서 제4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모든 협상이 그러하듯 이번 FTA 협상도 어느 한쪽에만 유리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성장 돌파구가 필요한 우리나라는 이번 한·미 FTA가 경제산업에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WTO 발표에 따르면 국가 간 FTA에 따른 교역은 이미 지난해 세계 교역의 50%를 넘어섰다. FTA 체결 국가 간 교역은 늘어나는 반면에 비 FTA 국가 간 교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세계 12위의 무역국가면서 국가경제의 7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포기하고, 더욱이 한 치라도 빨리 선점해야 할 수출 시장을 포기하고 비 자유무역권에서 버틴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FTA가 그 자체만으로 생존과 결부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면 이미 우리는 체결 당위성을 두고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
IT 분야는 이미 지난 97년 발효된 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절반이 넘는 약 300개 품목에 무관세를 실시하고 있다. 또 ‘상호인정협정(APEC TEL MRA)’에 의해 국가 간 시험·인증 관련 장벽을 제거 또는 완화하는 것이 추세다. 이를 감안하면 FTA를 통한 양국 간 자유무역 확대는 앞으로 전면적 자유무역 시대, 적자생존의 시대에 미리 대비하고 비교우위를 선점하는 효과가 크다.
다만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얻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점에 적절한 대응전략을 속히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IT 분야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평균 관세가 높아 양국 간 IT 상품 관세가 모두 철폐되면 무역수지 흑자가 소폭 감소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투자유치 확대 및 생산성 증대로 인해 산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대외신인도를 높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확대할 수 있으며 미국의 원천기술과 우리의 첨단 IT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IT 테스트베드 환경과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 IT 기업의 협력과 투자를 이끌어내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고, 무역기술장벽(TBT) 해소를 통해 수출 측면에서도 이점을 창출할 수 있다.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기술장벽 분야는 상품·기기 등의 정부관할 품질검증 상호인증에서 일정부분 유용성을 인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서비스 분야는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시 주가상승으로 단기적 기업가치 제고 및 신규자금 유입에 따른 투자여력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증대, 경영권 방어 비용증가 등의 부정적 상황을 가져올 우려도 없지 않으므로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안보·개인정보 보호 등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4차 협상에서 미국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기업이 미국 선진업체와의 기술제휴 및 투자협력을 적극 모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더욱 치밀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한·미 FTA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 협상시한에 쫓기기보다는 내용을 앞세우는 것이 협상의 기본 태도가 돼야 한다. 또 한·미 FTA 체결이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키면서 4차 협상을 앞둔 가운데 회피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동원 가능한 모든 국가 역량을 결집시켜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은 FTA를 통해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제대로 장사하고 나아가 국가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국가 전략과 지혜를 모을 때다.
김선배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 원장 sbkim@i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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