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R&D 환경을 선진국형으로 바꾸기 위한 국내 연구진의 몸부림이 한창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e사이언스 부문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영국과 미국 등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영국이 ‘e사이언스’ 응용기술을 가지고 상용화 또는 산업화 단계에 진입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도입 단계다. 영국과 6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견고한 IT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갑주 건국대 그리드·멀티미디어 응용연구센터장의 지적이다.
◇어떻게 해왔나=그동안 우리나라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중심으로 ‘국가 e사이언스 구축사업’을 추진해 왔다. 주로 바이오·의료·기상·항공 분야를 중심으로 e사이언스 응용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특히 항공 부문에서는 과기부와 KISTI가 서울대·숙명여대 등과 공동으로 아음속 풍동 등을 원격 활용할 수 있는 ‘e-AIRS’를 구축해 관심을 끌고 있으며, 미국 최대 슈퍼컴센터인 ‘NCSA’의 그리드시스템에 연동하기 위한 국제 공동연구망 구축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엔 프랑스와 e사이언스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논의중이다. 지난주에는 e사이언스의 본고장인 영국과 공동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국제 협력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금원 KISTI e사이언스응용연구팀장은 “급변하는 R&D 패러다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선 사용자그룹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면서 “우리보다 e사이언스 체계 선진국인 해외 여러 나라와도 국제 협력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는=아직 국내 연구기관들은 e사이언스에 대한 인지도와 참여도가 높지 않다.
대다수의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도 선도적인 차세대 연구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야 간 융합이나 인프라 연계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참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과학기술계는 우선 e사이언스를 소규모 과제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산·학·연이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도록 인터넷상에 가상 커뮤니티를 분야별로 구축,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경태 연세대 분자설계연구소장은 “e사이언스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내 기초과학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며 “콘텐츠 개발 차원에서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사이언스 구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처럼 지역별 특색을 가진 거점센터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선진국과 같은 추진체계나 전략을 벤치마킹해 e사이언스를 국가적 차원에서 활성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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