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브로·4G기술 등 최근 우리 전자업계가 잇단 쾌거를 이뤄내고 있다. 기기와 기능 중심으로 진행되던 디지털 컨버전스가 인간·사물·공간을 한데 어우르는 유비쿼터스 양상으로 발전하는 데 우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시대를 선도하는 전자산업도 특성상 에너지·자원 고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에너지경제학회지 ‘다이알로그(Dialogue)’ 3월호 분석에 따르면 모든 제품이 컴퓨터화·전자화됨에 따라 제조업의 에너지 소모량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중국과 인도 등의 자원 수요급증 요인에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 정보기술(IT)의 신흥경제국으로의 이동이 큰 몫을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21세기 인류문명은 통신·이동 수단과 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지구가 상상하는 것보다 작아졌음을 느끼게 함과 아울러 자원도 그만큼 적어졌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일깨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위기의식을 느낀 각국은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고 자원보유국 역시 자원민족주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독일 슈피겔지에 “에너지를 둘러싼 신 냉전이 시작됐다”는 기사까지 등장했다.
엔트로피 법칙으로 유명한 리프킨은 “세상은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변했으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절됐던 시장은 이제 게이트 키퍼에 의해서 조절되는 네트워크로 완전히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산업 분야에 적합한 표현일 것 같지만 신 냉전의 에너지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에너지의 97%, 광물자원의 8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시장에서 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과거 방식에 이미 한계를 맞고 있다. 이러한 한계의 극복과 연관된 숙제는 ‘자원개발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가 게이트 키퍼인 국제 자원 강국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인가’다.
그 답을 우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에서 찾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우리 전자산업은 아날로그 시대에 취약한 기반에서 출발했지만 효과적인 기술 융합과 역량 집중으로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게 됐듯이 해외 자원개발 분야도 틈새에서 이를 활용한다면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참여정부 이후 이미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 따른 해외자원개발 예산이 작년 3209억원 규모에서 올해 4271억원으로 33%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배 이상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또 유전개발 펀드를 도입하기 위한 법률 작업도 진행중이다. 한정된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이업종 간 융합도 중요하다. 석유공사와 광업진흥공사 같은 전문공기업, 민간 자원개발업체, 정유사, 종합상사 그리고 건설업체가 최대한 뭉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기업 간에 이러한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또 메이저들에 맞서 틈새시장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지역별 전문화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년여 동안 산업자원부 차관으로서 정상자원외교의 소중한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좇아 파퓨아뉴기니아·남아공·앙골라·나이지리아·상투메프린시페·적도기니·아제르바이잔 등 많은 오지를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불모지에서 일군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중심에 우리 기업의 끈기와 열정이 자리잡고 있듯이 해외자원 개발에서도 우리 특유의 열정과 패기가 우리나라를 자원강국으로 만드는 데 윤활유로 작용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 wglee@mocie.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