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12일 LG텔레콤의 ‘기분존’에 대해 시정명령과 권고조치를 내렸다. 시정명령은 비가입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요금제를 개선하라는 것이고, 권고조치는 이동전화-유선전화(ML) 구간요금이 원가 이하로 책정돼 유선사업자와 공정경쟁 저해 우려가 있어 비교광고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
이번 ‘기분존’에 대한 심결은 지난 10여년간 통신규제의 핵심 축이던 ‘요금제도’와 ‘역무제도’의 문제점을 준사법기관이 사실상 처음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태풍의 핵, 요금제 변화 ‘가능성’=통신위는 기분존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 차별을 해소할 수 있도록 ML과 이동전화-이동전화(MM) 요금에 큰 차이를 두지 말라고 시정명령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요금 격차를 ‘동일한 수준’이라는 표현 대신 ‘합리적 수준’으로 재조정하도록 명시했다는 점. 이는 사실상 MM과 ML 요금 수준을 사업자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LG텔레콤이 ‘3분 39원’의 혜택이 매력인 ML 요금을 MM 수준으로 맞출 리 만무할뿐더러 자칫 소비자 혜택을 정부가 나서서 막는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기분존 요금제 신고를 이미 받아준 상황에서 통신위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심결은 ML과 MM 요금 분리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다른 이통사가 MM과 ML 분리 요금제를 들고 나오면 막을 명분이 없다. 이렇게 되면 이동전화 가입자로서는 요금과 접속료율이 상대적으로 싼 유선 착신통화(ML)와 거대 사업자인 SK텔레콤·KTF로의 착신통화(MM)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MM과 ML 요금분리를 통해 꺼져 가는 유선시장에는 어느 정도 이익을 돌려줄 수 있으나 이동전화 시장에는 또다시 쏠림 현상이 재연될 계기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언급된 ‘원가 기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망 사업자 위치에서 요금은 상대 망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접속료에만 원가 기준이 있었을뿐 자가 망에서 발신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가 반영하는 회계상 기준 외에 실제 원가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이번 심결이 기분존 요금을 원가보다 낮다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권고’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무선 대체 현상이 가속화되며 요금제도의 모순점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게 뻔한 상황에서 정통부는 어떤 식이든 조속히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역무 개념을 바꿔야=기분존 요금제가 공급자(사업자)로서는 이동전화 역무지만 수요자(이용자)로서는 해당 구간 내에서 시내외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제한적 동일시장’으로 볼 수 있다고 명시한 대목이 주목된다. 집안에서 거는 경우 기존 유선사업자는 물론이고 이통 3사도 경쟁관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는 사업자 중심의 기존 역무제도를 근본부터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정통부로선 시장 획정부터 요금·역무제도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현안을 숙제로 안게 됐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제 시작”이라며 “이번 심결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여러 정책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LG텔레콤은 “소비자 편익을 추구한 요금상품에 제재를 내렸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KT도 “영업정지 등 실질적인 조치가 미흡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통신위는 웹투폰 SMS 정산문제에 대한 SK텔레콤과 KT의 대립과 관련해서는 웹투폰 SMS를 부가통신 역무로 판단, 겉으로는 일단 시장 관행을 인정하고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정산 계약 이전에 호를 개통해준 일부 책임도 있다고 판단, 실제 사용대가 정산기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토록 해 양사 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박승정·서한기자@전자신문, sjpark·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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