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회장 결단, 결실로 화답

 2001년 8월 초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 당시 이건희 회장은 황창규 사장을 이 호텔로 급히 불렀다. 그리고 “도시바가 낸드플래시메모리 합작을 제안해 왔는데 독자적으로도 해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황 사장은 당시 주무책임자였다. “일본을 이길 수 있습니다.” 황 사장의 답변이었다. 황 사장의 의지를 접한 이 회장은 독자개발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삼성전자는 1년 만에 도시바를 제치고 낸드플래시 시장을 장악하면서 결단을 ‘결실’로 화답했다.

 그리고 2006년 9월 11일 신라호텔. 시장을 넘어 기술에서도 ‘회장의 결단에 화답’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도시바를 ‘시장’에서 누른 지 4년 만에 ‘기술’ 측면에서도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선언한 것. 이 호텔에서는 30년간 세계 반도체업계가 연구개발을 거듭하면서도 번번이 실패한 획기적인 기술인 차지 트랩 플래시(CTF)가 상용화 수준으로 발표됐다. 이 기술은 1971년 인텔의 EP롬, 1988년 인텔의 노어플래시, 1989년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개발에 이은 메모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특히 이 기술은 한국의 낸드플래시가 세계 메모리시장에서 독자 원천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가 넘지 못한 기술적 벽’을 깨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었다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반도체는 해외 선진업체들이 원천특허를 갖고 있는 기술에 기반을 두고 공정 첨단화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이번 기술은 A에서 Z까지 모든 원천기술을 우리가 주도하면서 특허료까지 챙길 수 있는 반도체 나노기술의 새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기술 개발에 따른 부대 효과도 향후 10년간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삼성 측은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술’과 ‘인재’를 강조해 왔다. 올해 R&D에만 2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삼성전자는 바로 ‘R&D’와 ‘사람’이 지금의 삼성을 있게 했다는 확신과 맥을 같이한다.

 2001년 8월 일본 한 호텔에서 내린 ‘회장님의 결단’에 1년 만에 시장에서 점유율로 ‘화답’한 황 사장. 그로부터 4년 만에 낸드플래시 기술 종주국인 도시바를 ‘기술’ 측면에서도 뛰어넘으며 또 한 번 확실하게 ‘화답’했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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