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수학선진국을 꿈꾸며

 지난 8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국제수학자총회(ICM)’에 다녀왔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4년마다 한번씩 수여되는 ‘필즈상(필즈 메달)’의 영예는 러시아·프랑스 등의 과학자 4명에게 돌아갔다.

비록 필즈상은 못탔지만 이번 총회는 한국 수학계에도 기념이 될 만한 행사였다. 한국인 수학자 세 명이 초청 연사로 한 시간씩 강연을 했는데 한국인이 초청 연사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수학계가 세계 조류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선포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고 인식되는 나라는 대부분 수학 선진국이다. 경제나 문화가 일정 수준에 오른 나라일수록 기초 체력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록 현재 경제수준은 다소 떨어져도 수학 등 기초학문에서 뛰어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나라들,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인도가 경계 대상이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수학을 잘하는 나라로 인정받으려면 한 개인이 좋은 연구문제를 잡고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좋은 연구문제를 설정하고 좋은 방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 능력은 당연히 갖춰져야 할 항목이고 여기에 더해 동료 학자들과의 많은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

비유하건대 브라질이 축구강국인 이유는 국가대표 수준의 국내팀을 여러 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많은 수학자를 보유해야 세계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연구문제를 확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순조롭게 연결해줄 만한 시스템이 다소 부족하다. 젊은 수학자나 중견 수학자에게 수학 외의 고민거리를 안겨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학이나 연구소의 행정가는 물론이고 수학자도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학에 몸담고 있는 나는 이런 희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학에 관련된 많은 사람의 인식과 협조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국제수학자총회를 개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한국 연구토양에서 풍요로움을 맛보면서 자라난 후배들이 필즈상 수상자로서 즐거운 화젯거리의 중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재유 고등과학원 연구원 donvosco@kia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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