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가 드디어 감을 잡았다.’ 오랜기간 MBC게임과 온게임넷이 주관하는 양대 스타크래프부문 개인리그에서 예선을 전전하며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던 ‘천재테란’ 이윤열(팬택EX)이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윤열은 지난 31일 저녁에 열린 9차 MSL(MBC게임스타리그) 16강전에서 ‘악마토스’ 박용욱(SK텔레콤 T1)을 제압하고 서전을 장식했다. 작년초 우주배 MSL 이후 약 15개월만에 개인리그에서 꿀맛같은 첫승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8차 MSL 4강까지 올라 시드를 확보하며 조지명식에서 ‘돌아온 천재’를 지목했던 박용욱은 상대의 FD(페이크 더블커맨드) 전략과 기습 드롭십에 의해 힘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무너졌다.
박용욱의 패배로 이번 MSL에서 시드 배정을 받은 4명의 선수 중 전대회 우승자인 마재윤을 제외하고 강민(KTF매직앤스), 전상욱(SK텔레콤) 등 무려 3명이 패자조로 밀리는 이변이 연출됐다.
사실 이윤열의 부활은 어느정도 예견될이긴 하다. 스타리그 예선전인 듀얼토너먼트와 서바이버리그에서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었기 때문. 그러나 오랜만에 메이저리그에서 승리하며 e스포츠계 중심으로 돌아온 그의 부활은 여러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임요환과 함께 한시대를 풍미했던 노장 이윤열의 복귀로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다시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신·구세대가 보다 치열한 대립 구도를 형성, e스포츠판이 한층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말 군입대를 앞둔 수퍼스타 임요환의 공백을 이윤열이 일정부분 채워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작지않은 수확이다. 물론 이윤열이 임요환 만큼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진 못하지만, 늘 천재다운 감각과 화끈한 경기로 팬들을 사로잡아왔다.
이는 올드팬들을 다시 e스포츠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e스포츠계 한 전문가는 “이윤열은 ‘포스트 임요환’ 시대를 주도할 대표적인 선수중 한명”이라며 “그의 활약 여부가 장차 e스포츠 흥행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열이 9차 MSL에서 첫승을 올리며 승자전에 진출함에 따라 라이벌 임요환과의 빅매치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도 팬들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은 ‘입대투혼’을 발휘하며 이미 9차 MSL 16강 1주차에서 천적 강민을 잡고 승자조에 올라있다.
이에 따라 작년 봄 ‘스니커즈배 올스타리그’ 이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천재 대 황제’간의 빅매치가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9차 MSL 대진표상 만약 임요환이 승자전에서 심소명을 잡고 1위로 8강에 진출하고, 이윤열이 2위로 8강에 나간다면 오는 28일 둘간의 빅매치가 완성된다.
오랜 부진의 늪에 뺘져있던 이윤열의 재기는 최근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다른 S급 스타들에게 큰 자극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연성, 박성준, 박정석 등 스타리그 우승 경험이 있고 인기가 높은 이들 선수는 최근 동반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윤열이 각고의 노력과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을 거울삼아 스타급 선수들이 전성기 기량을 되찾는다면 e스포츠 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 예전의 감을 회복하며 e스포츠계 중심으로 다시 들어선 천재의 부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 팬들과 e스포츠 관계자들이 그의 손끝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