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불순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는데도 산지 마늘·고추 값이 지난해 폭락한 이래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농민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인은 수입김치라고 한다. 상반기 김치수입이 수출금액을 670만달러나 초과했다. 금액기준으로 수입이 더 많은 것은 사상 최초다. 이제 완전한 김치수입국이 됐다. 가정·학교·기업·병원 등에서 김치를 담가 먹지 않고 수입산을 쓰다 보니 김치재료인 고추·마늘 수요가 줄어 결국 가격이 내리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의성 마늘농가와 청양 고추농가는 이제 날씨와도 싸워야 하지만 수입김치와도 힘겨운 한판 싸움을 치러야 한다. 국제화 물결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 어느 한곳도 글로벌 시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달 우리 회사 직원들도 미국·브라질·헝가리·말레이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파견업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어떤 직원은 미국에서 브라질로, 다시 미국으로 그리고 헝가리를 거쳐서 한국으로 오다 보니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국내의 한 전자기업이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그곳 시스템을 국내 메인 시스템과 전자구매 및 수입네트워크로 연계하는 일을 추진중인데 그 일을 우리 회사가 맡아서 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지난 몇년 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제조업의 탈한국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게 됐다. 이는 한편으로는 제조업의 공동화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 소싱·제조·판매를 통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다. 하지만 워낙 급격히 글로벌 환경 진입이 이루어져서인지 IT 인프라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행 비행기를 타는 한국 기업인 다수가 중국공장 생산현황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사장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경영인들은 현장에서 생산품 및 물류현황 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비록 지금은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 자동차 회사의 중국법인은 많은 해외 유명 자동차회사의 본보기였다. 그 회사와 함께 중국으로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도 적지 않다. 과거 주로 울산·마산·창원 등지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주문하고 생산현장을 확인하고 납품했는데 이제는 생산 공장이 중국·미국·인도 등에 퍼져 있다 보니 본사와 지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됐다.
생산·재고품 관리가 물류와 함께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생산하던 때처럼 매번 현장을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비단 자동차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빠르게 이루어진 글로벌 경영에서 모두가 겪고 있는 숙제다.
다행히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적이고 기업도 글로벌 네트워킹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사실 우물쭈물할 시간도 없다. 글로벌 경영을 하려면 IT 인프라도 따라줘야 한다. 구매·제조·판매 정보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애니 타임(any time), 애니 디바이스(any device), 애니웨어(anywhere)’로 제공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질적 의미의 B2B가 구현돼야 한다. 이로써 구매·제조·생산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타고 주문이 이루어지고 물류의 흐름이 잡혀야 한다. 그것이 연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는 시대적 인프라다.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파트너관계관리(PRM)·공급망관리(SCM)·전자무역·고객관리(CRM) 등이 접목돼야 한다. 그래서 정보와 정보가 모여 기업포털이 활성화되고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많은 벤처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다. 글로벌정보 인프라구 축을 하루빨리 앞당기는 길, 그 길만이 살 길이며 이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한학희 매트릭스투비 대표 netsara@matrix2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