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고르면 신제품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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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와 주변기기를 포함한 중고 IT제품이 인기다. 경기 불황으로 신제품보다 중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고 ‘바다이야기’ 여파로 게임기의 중고 메모리·HDD가 싼 가격에 대량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를 틈타 최근에는 중고 물품을 알선해 주는 업체, 온라인 재판매 사이트도 크게 늘었다.

 

 ◇중고 IT제품 확대일로=중고 PC와 주변기기는 지난 97년 IMF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한때 주춤했던 중고 열기는 지난해부터 IT경기가 하강 사이클을 그리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엔 IT기기 교체 주기가 6개월 이내로 줄면서 새 제품을 사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제품을 중고 사이트에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지털 스와프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디지털 스와프족은 PC를 업그레이드하면서 기존 제품을 옥션 등 온라인에 판매하는 소비층을 말한다.

 중고 제품 종류도 급속히 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에는 과거 HDD 등 유통이 쉬운 일반 부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엔 조립데스크톱PC·노트북PC·그래픽카드, 심지어는 2만원 미만의 PC케이스까지 판매되고 있다.

 선인상가 상우회 측은 “선인상가만 해도 3곳 중 1군데는 중고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며 “업체 전시품과 리퍼블리싱(재포장) 제품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중고 취급업체들 호황=중고 제품의 공급과 수요가 늘면서 거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수년 전 급속히 확산됐던 PC방이 경기 불황으로 연평균 4000여곳이 문을 닫는 등 중고 주변기기 유통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 최근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처분하면서 유통된 주변기기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 또한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중고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업체도 급증하는 상황. 용산 지역만 업체 추산 100곳이 넘는 매장이 중고 IT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중고 옥션·컴바이·중고컴닷컴 등 순수 온라인 매장까지 합치면 이 수는 배 이상 늘어난다.

 특정 제품만 판매하는 전문 매장과 이를 대량으로 구매해 국내외에 재판매하는 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심플텍은 중고 그래픽카드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노트필은 중고 노트북PC만을 취급하고 있다. 또 시스몰은 중고 스토리지·서버·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해 국내외에 판매하는 등 중고 시장에도 전문업체가 크게 늘었다.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평균 10% 이상 매출이 신장됐다.

 조택종 시스몰 사장은 “올해만 30억원 이상의 수출이 예상되는 등 해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 지역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 지원 등 확인 필수=중고 주변기기 판매가 늘면서 이에 따른 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구매 후 부품 파손이나 AS기간이 지나 더 많은 돈을 주고 수리했다는 경험담이 옥션과 같은 중고 제품 중개 사이트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특히 전시용 리퍼블리싱 제품은 무상 AS기간이 제조일 기준으로 계산돼 구매 후 서비스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게다가 외국과 달리 중고 제품 가격 산정 기준도 없어 판매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다나와 관계자는 “1년 정도 사용한 중고 HDD는 정품에 비해 40% 이상 저렴한 등 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모든 거래를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만큼 구매 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