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백종진 한컴 사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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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엑스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컴의 오피스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자.

(5)한컴 오피스 ‘프레지던트 버전’ 

 오피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뛰어 다니면서 필자는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진심어린 충고와 격려를 해 주신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필자에게는 오명 전 과기부 장관(부총리)의 각별한 관심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동안 외산 오피스만을 사용해 오던 청와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처음으로 한컴이 만든 발표용 프로그램인 ‘슬라이드’로 작성한 자료를 발표, 보고해 주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표를 마친 후 “지금 대통령께서 보신 자료는 국내 벤처기업인 한글과컴퓨터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로 작성했습니다”고 소개해 세간의 화제를 모아, 필자는 물론 한컴의 전 임직원들이 큰 격려를 받기도 했다.

 국내업체 제품이기에 사용자 요구가 쉽게 반영된다는 점은 ‘한컴 오피스’만이 가진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컴 슬라이드’에 반영된 기능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외산 발표용 소프트웨어로 보고 받으시던 노무현 대통령께서 보고자에게 “추가 지시사항을 종이에 적지 않고 바로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편하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즉시 자사 발표용 소프트웨어인 ‘슬라이드’에 대통령께서 원하시던 기능인 ‘메모기능’을 개발, 탑재해 불과 한 달 만에 시장에 선보였다.

 이런 일화로 얻은 별명이 ‘한컴 슬라이드 프레지던트(president) 버전’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원하는 기능이라 할지라도 거대 외국기업이 한 달 만에 제품을 업데이트했을지는 의문이다.

 한컴 오피스의 프레지던트 버전 이야기가 나왔으니 SW산업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컴은 물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큰 힘이 되어 주신 분이 바로 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께서는 평소 IT코드를 SW코드로 바꾸겠다고 하시면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에 특별히 국가적인 역량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SW강국의 의지를 보여 주신 분이기도 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노 대통령은 90년대 초 직접 인명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하셨고,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엔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의 전자결재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올 초에는 특허등록까지 한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이지원(e-知園)’ 구축 경과 보고회 자리에서 직접 강사로 나서 업무관리카드 도입의 필요성과 효과, 실적입력 방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 ‘SW개발자’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보여 주기도 하신 분이다.

 노 대통령은 한 전시회에서 필자의 제품 시연을 보시던 중 옆에서 “오늘 오전의 보고도 한컴 슬라이드를 사용했습니다”라는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의 말에 “앞으로는 한컴 슬라이드로 모든 보고를 하면 어떤가요?”라며 국산 오피스에 큰 관심과 격려를 보내시기도 했다.

 이러한 일화들이 알려지면서 한컴의 주가를 상한가에 올려놓을 만큼 큰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이렇게 SW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국내 대표 SW업체인 한컴이 SW강국을 향한 투지를 불태우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오피스 프로젝트에 이은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갔다.

 jjb@haan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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