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힙니다.”
바다이야기 사태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 부산의 대표적인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 K사장은 현재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국내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던 그는 지난 2004년부터 1년6개월간 공 들여 자체 게임을 개발, 올 초 게임기 100대를 테스트용으로 부산 지역 주요 게임장에 설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간 반응을 지켜본 후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려 했던 계획은 이번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일제 게임기가 아케이드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게임으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노하우도 어느 정도 있었고, 테스트 반응도 좋았기에 이제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K사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암울한 지역 게임업계=동종업계 T사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0여명의 직원이 게임기 앞에서 북적대며 일하던 광경은 사라졌다. 현재 공장 겸 사무실에는 직원 1명만 남아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주요 거래처인 게임장에서 신규 게임을 전혀 받지 않고 새로운 주문도 없기 때문에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대구의 전자상가 밀집지역인 중구 교동시장의 30여개 아케이드 게임기 유통업체는 사실상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성인용 게임SW 개발 및 게임기 제조업체인 D사를 비롯해 몇몇 아케이드 게임업체는 거래가 중단되자 아예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지역 모바일 게임 개발사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내놓은 릴게임 등 성인용 모바일 게임이 이동통신사들로부터 거부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 N사는 올해 초 개발한 릴게임 한 개를 이동통신사에 밀어넣어 봤지만 수개월째 ‘지켜보자’는 말만 듣다가 결국 최근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안 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모바일 게임사들은 릴게임 등 성인용 게임은 물론이고 고스톱·포커 등 일반 보드 게임류마저 매출에 악영향을 입고 또 새로 개발중인 게임 역시 서비스를 확신할 수 없어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의 온라인 게임 개발업계 역시 심각한 허탈감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온라인 게임 관계자는 “수억원을 들여 개발한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인기를 얻는 데 수년이 걸리고 상용화돼도 높은 수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바다이야기 같은 게임이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은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얼마나 심각하게 외곡돼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역 상공업계까지 구설수로 몸살=바다이야기로 인한 각종 정경유착설과 조직폭력과의 연루설 등이 지방마다 여과없이 터져나오면서 지역 경제 주체 간, 또는 업종 간 반목과 질시로 지역 경제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열린 ‘2006 부산 국제 디지털 문화축제’에 아케이드 게임 관련 단체의 협찬금이 들어온 것과 축제 위원장이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라는 점이 구설에 올랐다. 또 과거 부총리와의 골프로 문제가 된 지역 상공인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을 것을 놓고 또 한 번 곤욕을 치렀다.
대구에서는 성인오락실로 인해 지역 자금이 서울로 빠져나간 점을 놓고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대구 지역의 한 상공인은 “대구 시내에 깔린 총 5600대의 게임기 구입으로 무려 336억원의 지역 자금이 서울로 빠져나간 셈”이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부산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장에 조그만 지분이 있어도 도박을 부추긴 주범으로 내몰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라며 “도박게임이든 사행성 게임이든 게임 얘기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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