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는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한 대형 음악축제가 열렸다. 정상급 인기가수가 대거 출연해 축하무대를 장식한 ‘2006 광주청소년음악페스티벌’은 지역민에게 모처럼 즐거움을 선사했다. 신인 가수 등용문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전국에서 수백명의 청소년이 참가 신청을 했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이러한 음악축제가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지역 정보기술(IT)과 문화기술(CT) 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하 광주진흥원)이 주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주진흥원이 올 초 음악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한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광주 음악산업’의 구상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은 있으나 ‘음악산업’은 찾아볼 수 없는, 단순 문화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왜 IT·CT산업을 육성하는 광주진흥원이 이벤트 성격의 상업성 짙은 행사를 주관하게 됐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광주진흥원 측은 “음악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람, 즉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청소년음악페스티벌을 첫 출발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대형 인기가수를 광주지역에서 배출한다고 음악산업이 육성되느냐”는 언급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음악산업 육성 콘퍼런스가 예정돼 있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취소됐다는 변명을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처음 기획됐으나 지나치게 인기가수 위주의 상업적인 행사라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취소된 뒤 올해 대폭 수정돼 열렸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특히 광주진흥원이 이번 행사를 ‘음악콘텐츠산업 활성화의 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홍보한 데 대해 지역 IT·CT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광주진흥원이 문화행사까지 대행하느냐”며 냉소를 보이고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음악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력, 즉 가수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광주진흥원이 ‘산업 육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너무 간과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번 행사를 교훈 삼아 음악산업 육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광주진흥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광주=경제과학부·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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