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SW도 문화다

 컴퓨터 아웃소싱이 전문인 남기찬 서강대 교수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제자 한 명이 갑자기 찾아와 전공을 재무 쪽으로 바꾸고 싶다고 강력히 요청한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소프트웨어로는 돈도 못 벌고 밤도 꼬박 새워야 하는 등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자질 있는 그 제자가 무척 아까웠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환경을 잘 알기에 남 교수는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히 개발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개발자가 최근 인터넷에 올린 푸념은 개발자가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발자는 안 하는 게 좋다. 대우가 형편 없고 근무환경이 열악 그 자체고, 급여도 최악에 그것도 연체가 일상이며, 야근 등 업무강도는 센 데다 실패 시 책임만 있고, 업무와 관련해 수시로 공부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결론은 개발자가 되지 않는 게 좋다”고 내렸다. 이를 본 또 다른 개발자는 아예 “대한민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무덤”이라면서 “고급 개발자가 되기 위해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공무원 시험이나 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훨씬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이런 지경이니 현재의 개발자 구인난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와 미래가 없는데 누가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려 하겠는가. 커뮤니티 대표들이 최근 열악한 환경을 털어놓으며 개선하고자 하는 모임을 가진 것은 어쩌면 많이 늦은 감이 든다. 개발자의 처우와 환경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이 해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로 돈버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등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문화를 바꿔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단기간에 갑자기 되지도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대접하는 문화가 없으면 소프트웨어 강국도 사상누각이다. 마침 소프트웨어진흥원장도 새로 왔으니 정부가 새로운 문화 조성에 본격 나섰으면 한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는 대통령이 개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소프트웨어 강국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 컴퓨터산업부 방은주·차장@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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