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로봇 상품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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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뜨고 있다. 로봇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한다. 대기업들이 시나브로 로봇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 이어 차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도 지능형 로봇을 빼먹지 않고 넣었다. 로봇벤처들도 하나둘씩 어엿한 코스닥등록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는 떴는데, 뜨다 못해 과열 조짐까지 보이는데 로봇이 ‘상품’으로서는 아직 인정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현재는 로봇을 보거나 사려면 시장보다는 전시장에 가는 것이 빠르다.

 상품화의 수확을 얻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만만치가 않다. 로봇 개념에 대한 의견일치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컴퓨터에 바퀴 달면 로봇이냐, 소프트웨어 로봇도 로봇이라고 할 수 있나, 이건 장난감이다 또는 가전제품이다 하는 말들이 계속 들린다. 개념에 대한 이 같은 혼란은 시장규모의 혼돈으로 이어진다. 로봇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시장규모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시장예측 자료도 조사하는 기관마다 다 다르다. 현실적으로 볼 때 로봇청소기 정도가 로봇상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잘 봐줘야 500억원 정도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는 지능형로봇 시장규모를 2010년이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처럼 낙천적인 사람이라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그러나 로봇업계에서는 지금 로봇의 정의와 시장규모에 대해 정리하는 것보다 ‘팔리는 로봇, 사고 싶은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로봇상품 기획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자.

 먼저 컨버전스의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로봇기술 자체가 전기·전자·금속·기계·재료·인지과학 등 첨단기술 융·복합된 것이다. 이미 검증된 시장에서 출발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로봇은 디지털 가전 등과의 컨버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 지능로봇의 핵심기술인 센서와 지능화 기술 그리고 이동성을 기존 가전제품에 접목한다면 쉽게 시장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성공한 로봇제품은 가전시장(청소기) 또는 완구시장의 틈새를 잘 공략했기 때문이지, 결코 엄청난 그 무엇을 창조해 내놨기 때문은 아니다.

 다음으로 유용성과 효율성의 관점을 놓치면 안 된다. 로봇상품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세상 모든 것에 로봇이라는 접미사를 붙이고 싶어한다. 모든 것을 로봇화하려고 한다. 기존의 네트워크시스템·컴퓨터·가전기기 등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 잘하고 있는 분야와 경쟁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로봇만능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획력과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야 한이다. 상품기획의 출발점은 인간의 욕망이지 기술이 아니다. 최고의 기술로 만든, 최고의 기능을 가진 제품은 시연용으로만 박수를 받을 수 있다. R&D만큼 절실한 것이 창의적인 상품기획이고 첨단 마케팅기법의 도입이다. 일본 사람들은 애완로봇을 내놓으면서 인간의 외로움을 치료할 수 있다는 ‘로봇 테라피(Robot Therapy)’란 말을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이로움을 주는 로봇, 쓸모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로봇과 같이 뒤집어보는 사고가 필요하다. 로봇만큼 인문학적 상상력과 열린 사고, 순발력이 요구되는 분야도 없다. 로봇산업계에 공학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분야의 핵심인재가 많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분이 로봇시장을 언급하면서 ‘활주로 이론’을 펼쳤다. 그 내용은 이렇다. 지금은 활주로를 계속 달려가는 시기다. 언젠가 뜨기 시작하면 엄청난 속도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10년께 10조원의 시장규모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로봇을 로봇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다. 고객이 사고 싶은 로봇이라면 말이다.

 로봇은 뜨는 분야임이 틀림없다. 많은 사람이 로봇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전대영 우리기술 로봇사업본부장(상무)

 dyoung@woorit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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