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평가 `따로` 예산·인사 `따로`

A연구기관은 지난해 상반기 장장 4개월을 준비한 기관평가에서 최고등급인 ‘우수’를 받았지만 이로 인해 늘어난 기관 고유 사업비는 고작 1억원에 불과하다. 반면에 B기관은 꼴찌인데도 기획예산처를 잘 설득해 오히려 우수평가를 받은 기관보다 예산이 수십배 늘었다.

 또 기관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던 L기관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연구개발(R&D)과 경영을 잘한다고 인정받았으나 연임과 실적이 별개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22일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과기부 산하 산업·공공·기초기술연구회가 실시하고 있는 기관평가의 활용도가 떨어져 평가결과가 인사나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평가 어떻게 하나=과기계 3개 연구회가 매년 초 실시하는 각 출연연 기관평가는 크게 연구성과 70점, 경영성과 30점 총 100점 만점으로 돼 있다. 등급은 우수·보통·미흡 3개로 나눠 상대평가를 실시중이다.

 평가결과는 △해당기관 발전 및 연구방향 기획 △다음해 정부출연금 예산 편성 시 반영(보통등급 2% 반영을 기준으로 ±1%) △기관장 연봉 5단계(A∼E) 차등 지급(1000만∼4000만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각 기관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통 4개월 이상 TF팀까지 구성해 평가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평가결과와 인사·예산의 연계성이 미흡하다. 연구회의 한 관계자는 “기관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낸 기관장 임기를 자동 연장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유야무야됐다”며 “인사의 객관성 확보와 기관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평가결과를 크게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관장 선출권은 과기부 산하 연구회 이사회가 갖고 있지만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다고 믿는 연구원은 아무도 없다.

 예산 연계성에도 이의를 달고 있다. 평가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과학기술부 및 기획예산처와 예산조율 과정에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비에 따라 예산 증가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평가결과는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

 ◇대안은?=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관 평가결과의 활용 부문을 재설계하든지 평가의미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예산 배정권을 연구회에 대폭 이양하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처럼 과기부와 기획예산처가 항목별 예산 분배를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으로는 기관 평가결과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기관 평가결과가 기관장 연봉 경쟁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대로라면 굳이 4개월씩 전력투구해 가며 기관평가를 잘 받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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