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첨단 네트워크 장비 수요처로 부상

대학 캠퍼스 앞 잔디밭에서 학생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진다. “자메이카는 아프리카에 있다니까” “거참, 미국 아래 쪽에 있는 나라라니까” 이 때 한 학생이 바로 노트북을 열더니,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자메이카의 위치를 찾는다. “어? 미국 아래 쪽에 있네”

 대구에 위치한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학생들은 실내외 어디서나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캠퍼스 전체에 공중무선랜 형태의 메시 네트워크(Wireless Mesh Network)을 구축했기 때문. 접속장치(AP)당 접속 거리가 수㎞에 달하는 메시 네트워크는 차세대 공중무선랜 시장에서 주목받는 인터넷 기술이다.

 LG-노텔 관계자는 “지난해 청주 서원대가 일부 지역에 메시 네트워크를 도입한 적은 있으나 캠퍼스 전체 규모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계명대가 처음”이라며 “앞으로 국내에 공중무선랜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도 캠퍼스 곳곳에서 차세대인터넷주소체계(IPv6) 기반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콘텐츠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한국전산원과 KT가 공동으로 KAIST 캠퍼스에 IPv6 기반 AP와 이동 IP 장비를 설치하고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올해는 아주대와 동서대에도 IPv6 기반의 휴대인터넷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와이브로나 메시 네트워크와 함께 웹 애플리케이션 가속기, 기가비트급 라우터 등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서 대학이 최초의 테스트베드이자 실질적인 수요처로 주목받으며 통신장비 업체들의 대학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입시철이나 수강신청 등 특정 기간에 네트워크 대역폭이 갑자기 늘어나는 대학 특성상, 별도 서버 증설 없이도 트래픽 증가로 인한 인터넷 속도 저하를 막아주는 웹 애플리케이션 가속기는 대학 전산시스템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시스코시스템스·크레센도네트웍스·어레이네트웍스·파수닷컴·모니터랩 등 통신 및 보안장비 업체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한 닷컴기업과 함께 대학 캠퍼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가비트급 이상 초고속·대용량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도 대학 캠퍼스 시장은 최고의 기대주다. 실제로 한국주니퍼네트웍스는 최근 10기가비트급 고성능·대용량 라우터 ‘M120’을 출시하며 멀티서비스 에지 라우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대학 시장을 1차 공략 타깃으로 잡았다.

 주니퍼네트웍스 관계자는 “네트워크 인프라 규모 및 수준과 실질적인 수요 측면에서 대학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특히 모바일, 멀티플레이 등 차세대 통신분야의 엔터프라이즈 수요 공략을 위해서는 대학 시장 선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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