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벌면 험악해지는 관계.’
로또 당첨자들의 가족 문제나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일이 아니다. 요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개발사와 퍼블리셔(서비스·유통사) 관계를 압축적으로 빗댄 말이다.
한때 온라인게임으로 성장한 한국시장에 꼭 맞는 서비스 모델로 각광받던 개발사-퍼블리셔 모델이 ‘돈 앞에서’ 존립 자체마저 흔들리고 있다.
상용화 수입과 인기 모든 측면에서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캐주얼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은 지난 4월 30일자로 개발사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퍼블리셔 KTH의 재계약이 결렬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월 독자서비스에 들어간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예상 밖의 이용자 이탈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KTH는 지난 1분기에 가까스로 만들어낸 영업·순이익 흑자를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려 세우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양사 이해 관계 앞에서 KTH 파란 서버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조이시티 서버에서 각각 ‘프리스타일’을 즐겨오던 이용자의 존재는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아직도 온라인게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1인칭슈팅(FPS)게임 ‘스페셜포스’의 개발사 드래곤플라이와 퍼블리셔 네오위즈도 곤욕을 치렀다. ‘스페셜포스’는 드래곤플라이를 단번에 스타 개발사 자리에 올려 놓았고, 네오위즈를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가장 주목받는 게임업체로 뜨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계약기간을 1년이나 남겨 놓고 재계약 파문이 터져 나왔으며 이후 네오위즈의 주가는 지금까지 20%가량 주저앉았다.
두 사례가 무엇보다 엄중하게 게임업계에 남겨준 교훈은 어찌됐든 ‘눈앞의 이익’을 좇아 이용자를 외면했던 것이 결국 게임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더구나 요즘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서든어택’ ‘오디션’ 등의 게임이 개발사-퍼블리셔의 관계에서 태어난 히트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 같은 시장 악화 사례가 더 생겨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한결같이 주장하듯 게임은 그것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지고 서비스되는 것이다. 달콤하지만 짧은 유혹에 빠져 이용자를 내팽개쳐서는 안 될 일이다. 디지털문화부·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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