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한국형 바이오벤처 모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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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몇몇 바이오기업이 기술성 평가를 거쳐 코스닥에 상장한 후 바이오벤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쇄도했고 예비 상장기업의 몸값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줄기세포 관련 파동과 기술성 평가를 통해 상장한 회사에 대한 실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오히려 바이오벤처의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바이오벤처가 한국에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과제를 남겨 주었다. 바로 바이오벤처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자 보호를 염려하게 되고 실제로 투자자의 피해가 지속되면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궁극적으로는 바이오벤처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상장함으로써 사업자금을 조달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바이오벤처의 주장과 가시적인 성과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시장의 주장은 접점이 없는 평행선이다.

 나는 양측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시장보다는 바이오벤처의 몫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시장 논리와의 접점을 찾는 것은 바이오벤처가 수익을 내는 시점을 앞당길 때만 가능하다. 즉 바이오벤처의 한국적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

 바이오벤처 중 가장 많은 도전을 받는 곳은 역시 신약 개발기업이다. 이들의 공통된 사업모델은 개발중인 신약후보 물질을 적당한 단계(보통 임상 1상실험이나 임상 2상실험 이후)에서 대규모 제약사에 이전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신약후보 물질을 이 단계까지 끌고 오는 데 적어도 4∼5년가량 걸린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바이오벤처가 매출 없이 이 기간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우리에 비해 자본시장이 발달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술이 있는 바이오벤처 대부분이 창립 초기부터 상장 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 벤처금융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다. 단기 매출이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신약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한 바이오벤처가 8000만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창투사에서 한 번에 조달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다르다. 바이오벤처가 창투사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기껏해야 20억∼30억원 정도다. 100억원대 이상의 자금조달은 상장을 거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또 다른 중요한 자금원인 전략적 투자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한계는 결국 바이오벤처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게끔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쉽게 개선될 수 없다. 자본시장 규모와 역할, 바이오산업과 가치사슬을 공유하는 제약·의료산업의 발달 정도가 우리와 서구 시장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국내 바이오벤처가 전 세계 금융 및 제약·의료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크게 보면 맞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삼성전자도 세계 시장에 참여하기까지 국내에서 먼저 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전개하며 역량을 키웠다. 우리의 바이오벤처도 우선은 우리의 현실 안에서 힘을 길러야 한다.

 수익 없이 신약개발에만 전념하는 서구 사업모델보다는 수익성에 기반을 둔 한국형 모델을 찾아야 한다. 우리 바이오벤처는 단기간에 수익원을 확보해 운영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서구에는 없는 막강한 정부 지원을 활용해야 한다.

 바이오벤처라면 단기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자본시장이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면 기업 스스로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수성 오스코텍 부사장 Lee_chris@oscot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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