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계 스톡옵션 스캔들 `정점`

 최근까지 주가를 높여 온 애플컴퓨터와 램버스가 잇따라 스톡옵션 비리 조사에 따른 분기결산보고서를 내지 못할 상황인데다 나스닥 퇴출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IT업계의 스톡옵션 스캔들이 정점을 이루고 있다. 반도체 라이선싱 업체인 램버스는 스톡옵션 비리에다 D램 반독점법 위반 혐의까지 겹치면서 S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두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미국 IT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월스트리스트저널(WSJ)은 이번 스톡옵션 비리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돼 나스닥상장 IT업계의 △재무보고 의무 불이행 △주주 불신에 이은 주가 하락 △이에 따른 나스닥퇴출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에 지난 2001년 경기침체 이래 모처럼 기술인력이 몰리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중이다.

EE타임스는 최근 미 정부 당국이 스톡옵션 소급적용에 따른 개인 비리를 조사하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비리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초 반도체장비를 비롯한 몇몇IT업체들의 스톡옵션 저가 증여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작된 스톡옵션스캔들에 연루된 미국기업은 이제 줄잡아 100개에 육박했다.

◇스톡옵션 비리 기업, 상장 폐지·소송 등 직접 영향=해당 기업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스톡옵션 비리 관련 조사를 받느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 하는 ‘10-Q’형식의 재무보고서를 제때에 제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SEC 규정에 따르면 정해진 시점에 이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도록 돼 있어 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인 사건이다.

결국 애플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증권거래소에서 퇴출위기에 직면했고 일부는 주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한편 일부 기업은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주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기업도 있다.

미 법무부는 통신 업체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스와 소프트웨어 업체 컨버스 테크놀로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일 법무부는 전 사장 겸 CEO 그레고리 레이즈와 전 부사장 스테파니 젠슨 등 2명의 경영진을 필수적인 보상 지출 기록없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낮은 시점에 부여한 것처럼 소급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9일에는 법무부가 유사한 혐의로 컨버스의 전 경영진 3명을 고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경영진들은 회사 주주들에게 잘못된 재무 정보를 제공해 투자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반도체 라이런싱 기업 램버스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했다. 이 회사는 이미 D램 시장을 부당하게 독점하려 했다는 혐의로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램버스는 SEC에 10-Q 형식의 보고서는 연기하는 대신 ‘12b-25’ 형식의 보고서를 제출하며 성의는 보인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달 잘못된 옵션 부여로 3년간의 재무실적을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2분기 실적 결과가 불완전할 것이라고 미리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엔비디아, 인테그레이티드 실리콘 솔루션, 마이크로튠스 등 다른 회사들도 10-Q 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상장유지 요구도 한 방법=SEC는 재무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 경우 제출 마감 시한이 연장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관련 조사기간이 길어지고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고려해 SEC측에 조건부로 상장상태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프로그래머블 로직 업체인 알테라가 이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알테라는 10-Q 보고서 제출시한을 넘겼지만 나스닥 특이 조건부 리스팅을 허용키로 했다고 이달초 발표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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