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공인인증서 발급 받기 힘드네…

 회사원 L씨는 각종 신원 확인과 인터넷뱅킹, 증권 거래를 한번에 할 수 있는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고 시중의 한 은행을 찾았다. 무료인 용도제한용 인증서만 사용했던 L씨는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등을 막기 위해 많은 사이트가 신원 확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유료 범용 인증서를 발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L씨는 은행에 찾아가서도 범용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은행에서는 지난달 1일로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면서 7월 1일 이후 신규 고객에게는 범용 인증서 발급이 제한된다고 안내했다.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법 개정 때문에 안 된다는 게 은행 직원의 설명이었다.

 이 은행에서는 굳이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우체국이나 SC제일은행·한국전자인증·한국정보인증 등을 찾아가라고 알려줬다.

 지난달 1일 전자서명법이 개정된 후 금융결제원과 전문 공인인증기관, 시중 은행의 이해가 엇갈려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고 은행을 찾는 소비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

 ◇시중 은행에서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 안돼=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전자서명법을 개정하고 지난달 1일 이를 시행했다. 개정된 전자서명법은 공인인증 시장을 독점한 금융결제원과 전문 공인인증기관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금결원이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 시행으로 금결원은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한국전자인증과 한국정보인증 등 전문 공인인증기관은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고 있으나 고객이 신원 확인을 위해 서울에 있는 인증기관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이 때문에 전문 인증기관들이 고객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시중 은행에서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등록대행기관(RA) 계약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금결원의 눈치를 보며 이들 전문 인증기관과 RA 계약을 미뤄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시중 은행, 왜 RA 계약 미루나=소비자들은 현재 SC제일은행을 제외하고 시중 은행에서 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법 개정 전부터 금결원 및 한국정보인증과 동시에 RA 계약을 해 금결원의 발급이 중단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범용 인증서를 발급한다. 나머지 시중 은행은 이와 달리 금결원과 유일하게 RA 계약을 했다.

 이들 은행은 최근 전문 공인인증기관과 RA 계약을 진행하면서 ‘금결원 게이트웨이 방식’을 이용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게이트웨이 방식이란 은행과 전문 공인인증기관 간 공인인증서 발급 과정에 금결원의 금융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은행과 공인인증기관은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을 위해 개별적으로 전용선을 구축하고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나 이 대신 금결원 망을 게이트웨이로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전문 공인인증기관들은 보안 문제와 함께 금결원에 예속되는 구조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인인증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게이트웨이 방식은 금결원이 범용 공인인증서 시장에 편법으로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나머지 공인인증기관이 게이트웨이 방식을 따르게 되면 금결원이 공인인증제도를 좌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용범 금결원 과장은 “게이트웨이 방식은 시중 은행의 요구에 의해 제안된 내용”이라며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이 안돼 민원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기존에 구축된 망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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