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게임산업을 만들자]1부:세계경영 전진기지를 가다⑧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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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한 게임 리테일숍. 거의 모든 게임소프트웨어의 유통이 오프라인으로 이뤄진다. 온라인게임도 우선 패키지 형태로 이런 가게에서 판매된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서유럽 브로드밴드 구매 목적

 ‘더디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으니 기회도 크다.’

유럽 온라인게임시장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과 전망은 낙관적이다.

게임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시장’이 있고,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며 디지털 서비스 및 유통이 대중화될 수 있는 인프라적 ‘환경’이 급속도로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7월 불과 200만명 가량에 그쳤던 다중접속(MMO) 게임 유료 이용자수는 올해초 800만명으로 4배 가량 급증했다. 물론 국가 차원이 아니라 유럽 전체 숫자임을 감안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지만, 현지에서 조차 이러한 온라인게임 유료 이용자수의 급증은 ‘혁명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 변화는 브로드밴드의 보급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브로드밴드 보급률이 2004년을 기점으로 폭증하게 된다. 2005년 6월말 현재 주요 국가의 브로브밴드 보급율은 모두 10%를 넘어섰으며, 일부 2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의 패턴도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유럽에서 게임이라면 콘솔게임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일부 PC게임이 있었지만, 주류는 어디까지나 콘솔이었다. 자연히 패키지형태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리테일시장이 전체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형태가 굳어졌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랬던 것이 이제는 패키지를 구입한 뒤 게임은 온라인에 접속해 즐기고, 그 안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하는 디지털 방식에 소비자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 ‘아크로드’와 ‘RF온라인’의 퍼블리셔로 유명한 코드마스터의 엔소니 카스트로 MMG 이사는 “여전히 리테일시장의 입김과 영향력이 압도적이지만, 온라인상에서 소액결제 등으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게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당장 다운로드 시장이 리테일시장을 집어 삼키는 상황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게임도 북미와 마찬가지로 패키지 형태의 유통과 온라인을 이용한 프리세일(Pre-Sale) 등을 적절히 조화시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를 한국 업체들은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지난 2004년 7월 영국에 현지법인인 엔씨유럽을 설립, 이미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엔씨유럽 매출이 176억원으로 설립 1년반 만에 연매출 200억원을 내다보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최근 ‘길드워’, ‘시티오브히어로·빌런’의 패키지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리니지2’가 러시아, 그리스, 독일 등의 하드코어 MMO게이머들에게 새롭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도 유럽 매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글로벌 온라인게임 아이콘으로 떠오른 ‘메이플스토리’로 유럽시장 정면 공략에 나섰다.

지금까지 일부 유럽인들이 북미시장을 겨냥해 서비스중인 영어권 글로벌서비스에 들어와 게임을 즐겨왔지만, 이제 급성장하기 시작한 유럽시장을 위한 독립적 서비스가 뜨는 것이다. 영국식영어, 독어, 스페인어, 네델란드어를 게임에 완벽 구현함으로써 현지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유럽시장까지 품에 안은 ‘메이플스토리’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월 160억원의 매출액을 200억원까지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웹젠은 현지 시장 보다는 우선 유럽의 개발력에 주목한 경우다.

웹젠은 영국의 개발사 리얼타임월드의 세계적 프로듀서 데이비드 존스와 손잡고 차기작 ‘APB’를 공동 개발중이다. 오랜 전통의 패키지게임 개발력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개발·운영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이고, 한국은 반대로 그들의 패키지 실력과 세계적 브랜드 파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밖에도 코드마스터, 프랑스텔레콤, GEE, 게임즈마스터즈 등 현지 유력 퍼블리셔를 통한 한국 온라인게임의 현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 유럽에서 이제 한국 온라인게임이 ‘명품’으로 자리매김 해야할 때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기고-게임산업 기회의 땅,영국

: 최학 주한영국대사관 상무관 harkchoi@hanmail.net

영국은 전세계 게임시장의 약 6분의1을 점유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게임 개발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게임시장은 지난 2004년도를 기준으로 소프트웨어만 20억달러, 하드웨어 포함 37억달러 규모로 유럽 최대이며, 세계시장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콘솔게임이 주류인 영국은 매년 게임 수출로만 15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메이저 국가다. 이런 산업적 규모를 바탕으로 영국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게임을 늘 갈구하고, 신작 게임의 유럽시장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렉트로닉아츠,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수많은 글로벌 게임기업이 영국을 유럽 게임시장의 교두보로 선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이 유럽지사를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 개발된 게임중 30% 이상이 외국에서 진출한 기업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웹젠은 리얼타임월드와 온라인게임 ‘APB’를 공동 개발중이고 NHN은 코드마스터를 통해 ‘R2’, ‘아크로드’ 등을 유럽시장에 퍼블리싱하는 등 한국과 영국 게임산업간의 교류도 점차 확대·심화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넥슨 등 여러 한국업체들이 영국을 통한 유럽진출을 진지하게 검토중이다. 영국의 리얼타임월드는 지난 2004년 한국에 진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급증하는 한-영간 게임산업 교류를 위해 주한영국대사관에서는 한국산업기술재단(KOTEF)과 공동기획으로 매년 게임산업 미션단을 구성해 영국에 초대하고 있다.

영국 업체들은 한국의 온라인게임 운영 노하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업체들과의 제휴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영국에서 무한에 가까운 게임 콘텐츠를 비교적 싼 값에 사들여 온라인게임화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점은 양국 게임산업간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긍정적 조건으로 작용하고있다. 영국 정부는 지속적인 IT인프라 고도화사업을 통해 브로드밴드의 속도를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으려 현재 가입자당 평균 8Mbps로 온라인게임 서비스 및 이용에 큰 무리가 없다.

영국정부는 지금까지 민간산업 발전을 업계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는 차원에서 뚜렷한 지원책을 가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왔지만, 올해부터는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강력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명실상부한 국제 게임행사로 ‘런던게임페스티벌’을 추진하고 이다. 오는 10월2일부터 1주일간 개최될 예정인 이번 행사는 B2B, B2C, 콘퍼런스, 수상식 등을 포함한 종합 이벤트로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게임강국이 모두 참여하며 한국 게임미션단도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