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지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산 속에서 길을 잃거나 처음 가는 도로를 달릴 때는 지도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개인의 존재를 알리는 1차적인 요소가 위치정보고 지리정보는 국가의 기본 인프라에 포함된다.
그래서 축적에 따라 지도 크기는 다르지만 대강 만드는 지도는 없다. 조선시대의 대동여지도 역시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해 만든 피땀 어린 산물이다. 지금도 정밀한 항공사진과 측량을 기초로 엄정한 검수 과정을 거쳐야만 지도로서 인정받는다. 잘못된 지도를 만들거나 배포하는 것 자체가 엄연한 범죄행위다.
최근 BIT 융합, 유비쿼터스 등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문이나 TV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로드맵(road map)’이다. 로드맵의 단순한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 여행용 도로지도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로드맵은 특정 목표 및 과제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전략 등을 담은 구상도·청사진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드맵은 주로 정부나 기업이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추진할 때 사용한다. 정부기관들이 추진하는 IT 미래기술 전망이나 산업기술 로드맵 역시 결국엔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산업과 핵심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특히 기술이나 제품 분야에서의 로드맵은 ‘미래 시장 수요에 부응한 기술 가이드라인’ 또는 ‘특정 분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작성해 놓은 문서’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결코 ‘밥 먹으면 배부르다’라는 식의 내용을 담은 미래 상상도(想像圖)가 아니다.
로드맵이 지도로서 인정받으려면 기본적인 구성은 갖춰야 한다. 정확한 방향과 주요 지형·지물만큼은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까지 담겼다면 더욱 금상첨화다. 그래야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길에 들어서더라도 지도나 로드맵을 확인하고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 갈 수 있다.
우리는 동화 속에 나오는 엉터리 보물섬 지도가 아니라 블루오션을 건너 신대륙으로 향하는 믿을 만한 정확한 국정지도(로드맵)가 필요하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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