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e스포츠 대회가 잇따라 열려 e스포츠 열기가 한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오는 29일 ‘광안리’에서 예정된 ‘스카이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 결승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 더욱이 올여름엔 문화 콘텐츠와 연계된 e스포츠 행사가 유난히 많아 국내 e스포츠 저변을 더욱 두텁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여름을 뜨겁게 달굴 e스포츠 열기의 시발점은 2004년부터 프로리그 전기 결승전 장소로 정착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이다. 2004년 당시엔 무려 10만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다. 광안리는 이제 프로리그는 물론 여름 e스포츠 축제의 상징이 됐다.
올해 역시 엄청난 관중이 몰려들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e스포츠의 흥행 이정표를 세운 부산에서 e스포츠의 뜨거운 여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스카이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 결승 장소는 2년 연속 10만 관중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광안리. 이에 많은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인파가 e스포츠로 한데 뭉친 한 여름밤의 꿈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이번 결승에도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시즌 초반 온갖 진통을 이겨내고 많은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정규시즌에서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지상파에서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를 새롭게 조명하고 프로리그를 통해 대규모 월드컵 프로모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광안리로 모여들 것이란 해석이다.
광안리 현장 중계를 맡은 온게임넷의 관계자도 “현재 온게임넷을 통해 광안리 결승에 대한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으며 조만간에 온미디어의 다른 채널에서도 결승전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시즌은 지난해보다 여러모로 분위기가 좋아 더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기 기업팀의 창단 러시와 더불어 프로리그 정규시즌에서 마지막까지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치열한 순위다툼이 이어지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 방식과 일정 변화가 팬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켜 전기리그 흥행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시청률에서부터 관객동원까지 지난해보다 못한 것이 하나 없다”며 “광안리에서 또 다른 대기록을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e스포츠의 열기는 8월 중부 지방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섬유의 도시 달구벌에선 다음달 11일부터 4일간 ‘e스포츠 페스티벌’이 열린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과 엑스코(EXCO)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스타크래프트’를 비롯 ‘테일즈런너’, ‘그랜드 체이스’, ‘스페셜포스’, ‘피파온라인’ 등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현재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이번대회는 ‘테일즈런너’, ‘스페셜포스’ 등의 국산 게임을 종목으로 선정했으며 게임을 테마로 한 캐릭터 패션쇼, 퍼포먼스, 뮤지컬, 음악제, 게임쇼, 게임클리닉 등의 행사가 준비돼 있어 국산게임을 알리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비지니스 장으로 활용될 국제 게임 전시회도 열려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 중에 게임업체 투자유치, 수출상담 등 마켓팅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로 3번 째를 맞는 ‘공군참모총장배 e스포츠 대회’가 8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고 ‘게임올림피아드 수원 2006’이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등 다양한 e스포츠 행사가 2006년 대한민국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e스포츠 열기는 비단 국내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 중 해외에서도 대규모 e스포츠 행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지구촌 전체가 e스포츠 열기에 빠질 전망이다. 그 첫번째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일 막을 내린 ‘ESWC 2006’이다.
스페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선 한국대표로 출전한 노재욱이 ‘워3’ 부문에서 우승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댈러스에서 지난 10일 막을 내린 ‘CPL2006썸머 챔피언십’이 지구촌 e스포츠 열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로는 ‘WEF 2006’이 다음 달 4일 부터 3일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다. WEF는 ‘경계를 넘어서 게임이라는 문화코드로 하나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문화 페스티벌’을 모토를 가진 한중 e스포츠 리그다.
이번에 진행되는 ‘WEF 2006’은 세계적인 축제인 ‘청도국제맥주축제’와 연계해 개최함으로써 e스포츠 행사만이 아닌 다양하고 풍성한 부대행사로 진행 할 예정이어서 양국의 문화교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WEF 2006’에 대해 “중국의 e스포츠 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지난 5월 항저우에서 열린 ‘WEG 마스터즈 대회’의 동접이 218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이번 대회도 그에 못지 않은 흥행 성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여름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국제대회는 다름아닌 ‘WCG 2006 그랜드 파이널’이다.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결승전에 앞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올 여름 대표팀을 선발하는 경기를 벌이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WCG 2006 참여국가가 국가대표선발전을 8월과 9월로 잡아놓고 있는 가운데 불가리아가 지난 5월 가장 먼저 국가대표선발전을 가졌다. 그 뒤를 이어 올해 WCG 그랜드파이널 개최지인 이태리에서도 지난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한국에서도 WCG 국가대표로 선발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게이머들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프로게이머 예선과 아마추어 대상 오프라인 예선은 이미 6월 중에 마무리 했으며 8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친 최종예선만을 남겨 놓고 있다. 때문에 한국 e스포츠팬들의 관심은 온통 한국대표선수가 판가름 나는 무더운 8월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이번 그랜드 파이널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비교적 e스포츠 문화가 덜 발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그 성패 여부에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그렇다면 이처럼 각종 e스포츠 대회가 줄을 잇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관해 “게임대회에 대해 몇몇 마니아가 모여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식이 사라졌다”며 “이제는 보면서 즐기는 문화로까지 발전 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프라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직접 하는 것도 즐기지만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도 그 속에서 스릴과 감동을 느낀다는 해석이다.
또 각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e스포츠를 마케팅 툴로서 인정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스포츠가 거대기업들의 마케팅 툴로서 활용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해석이다. 이는 올 초 연이은 기업팀 창단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전문가는 “기업의 생리상 이윤이 나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법은 없다”며 “기업팀 창단이나 대회를 지원하거나 주관하는 것은 e스포츠가 그 만큼의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대구나 수원과 같은 지자체들이 e스포츠에 활발히 뛰어드는 이유는 게임 산업의 지역클러스터 조성에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한 조처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때문인지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한 동안 e스포츠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스포츠가 가진 마케팅 능력이 당분간 성장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특히 e스포츠가 新소비세대라 불리는 10∼2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며 앞으로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e스포츠 붐업에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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