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의 배반낭자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옛말이 있다. 이는 술자리가 끝나면 술잔과 그릇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보기에 좋지 않고 쇠퇴하게 된다는 경구다. 불법 사행성 게임문제가 불거진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해 우리 게임산업은 전년보다 45.6% 증가한 5억65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려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불법 사행성 게임물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법 사행성 게임물이 게임장과 PC방을 통해 유통되고 기형적으로 확산돼 사기·중독·가정파탄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일부 이용자는 불법 사행행위에 중독돼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불법 사행성 게임물 확산은 국민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놀이문화를 위한 공간인 게임장 및 PC방을 도박장으로 만들고, 사회와 가정을 병들게 하며, 게임산업 자체를 파괴하는 악순환을 낳게 한다. 이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공간이 도박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게임이 사행행위와 도박으로 변질되는 것은 게임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유망한 중소 온라인게임 제작사가 사행성 게임 제작의 유혹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게임산업이 불법 사행성 게임으로 인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정부는 불법적인 사행성 게임의 확산을 막기 위해 법률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사행성 게임물 근절을 위해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사행성 게임물 결정 기준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누구든지 사행성 게임물로 결정된 것을 유통시키거나 제공하는 행위 또는 유통·이용제공 목적으로 진열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를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사행성 게임물 결정 기준 중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아 왔던 것은 개선하고 있다. 경품을 제공하는 게임은 시간당 투입금액을 하향 조정하고 시간당 경품 한도도 정했다. 게임 이용자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금지시켰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베팅을 못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현금으로 보상해 주는 것 등을 금지했다. 그리고 사행행위와 도박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일간신문·방송에 못 내게 했으며 전단지 광고도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게임장 건전화 방안으로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하도록 해 밖에서도 안이 환히 들여다보이도록 했고,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전체 이용가 게임물 설치를 확대하도록 했다. 또 불법 사행성 PC방과 관련해 PC방이 자유 업종이다 보니 행정 규제에 한계가 있는만큼 행정 단속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불법 PC방을 근절시켜 나갈 계획이다. 사행행위와 도박행위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더는 게임을 통해 사행행위나 도박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치해 나갈 것이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과 사행성 PC방은 법률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도박장으로 보고 검찰과 경찰에서 집중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이러한 도박장이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도 ‘대박’과 같은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사기와 도박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건전한 시민이 돈을 벌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형법 등의 법률을 어겨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게임은 산업과 문화가 함께하는 분야다. 산업으로서 게임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 문화로서 게임은 건전한 게임문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게임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사행성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게임산업,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고 싶은 게임장과 PC방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이다. 배반낭자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을 함축하고 있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minister@mc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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