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여성에게 일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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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회가 일찍이 남녀를 불문하고 장사를 가르친 데 비해 우리는 장사를 권하지 않는 사회였다. 장사는 남자의 영역이었으므로 그 어디서도 장사를 배우지 않았고 장사 밑천을 받아본 적도 없는 것이 우리 여자들이다.

 장사뿐만 아니라 기술과 조직경영, 자금 유치에 능한 사람인 CEO가 최근 부각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여성에게는 매우 좁은 문이다. 우선 여성이 CEO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 CEO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무엇보다 큰 조직에서는 수많은 남성 동료·조직원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이 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스스로 창업을 했다면 자기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기술 습득·동향, 시장 파악, 조직·인사 관리, 사업자금 유치 등 다양한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어떤 신문에서는 요즘 피하는 직업 가운데 또 하나가 CEO라는 기사도 있었다. 가치기준에 따라 이 직업은 할 만하기도 또는 하기 힘든 자리기도 하지만 투자 대비 효용으로 볼 때 CEO가 해야 할 일은 정말 많기도 하고 분야가 넓기도 하다. 당연히 이런 직업을 가진 여성은 몇 안 된다.

 최근 50대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었다. 왜 여성들이 뒤늦게 취업을 하고 있을까. 이러한 현상은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 중 한 면이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젊었을 때 일하지 않았던 사람이 뒤늦게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 여성을 일터로 내보낸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사회 현상을 보면서 여성과 여성정책이 변화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사회도 여성에게 일을 권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물론 경제활동 여성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는 최근 통계가 그러한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이제 이 단계에서 좀더 나아가면 일하는 여성에 대한 존중과 대우가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여성은 혼자 힘으로 억척이 아니면 뭔가를 이루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업자금 등 경제적 기반을 만들기 힘들며 그 밖에 조직관리와 법적인 문제 등 여성이 헤쳐나가기에 쉽지 않은 문제가 참으로 많다. 특히 사업기반을 닦기 위한 자금마련은 여성 기업인의 가장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여성 지원시스템 중 핵심은 자금지원이다. 여성의 능력과 가능성에 투자하는 금융 지원책이 있어야 하며 이는 부동산 담보나 주변인을 보증인으로 내세워야 하는 현재의 금융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특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일과 사업을 권하게 되면 결국 남성의 짐을 덜어주고 양성이 경제적인 면에서 평등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가정이 경제력 편중으로 빚어지는 불평등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남녀평등의 길이 된다. 그러므로 여성이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나눠 갖는 지원정책이야말로 여성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경제활동은 오늘날 모든 여성이 가장 근본적으로 고민하면서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문제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장사를 배우고 기업경영을 배워온 유태인과 중국인의 상술을 보면 경영은 하루아침에 그리고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영이 그럴진대 경영과 관련된 그 어떤 교육도 받지 않고 자금력도 없는 여성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그것을 기업경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제 여성에게도 사업을 가르치고 기업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개발하는 것이 곧 선진사회로 가는 정부정책이라 믿는다. 홍미희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장 cathy@cyberdis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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