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태권 브이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로보트 태권브이(V)’(1976년) 주제가와 가요 ‘세월이 가면’(1988년)의 공통점은? 386세대의 대표 애창곡이었던 이 두 곡을 부른 주인공이 동일인이라는 점이다. 가수 최호섭이 바로 그다. 1976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그는 영화음악가인 아버지 최창권씨 덕에 당당히 사운드트랙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30·40대 대다수가 아직도 주제가를 기억할 정도로 당시 태권V의 인기는 대단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돔이 열리면 그곳에서 태권V가 출격해 악당을 물리친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 정도로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오는 24일은 태권V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 1976년 김청기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태권V는 서울 관객 27만명을 동원했고, 일본에서 온 ‘마징가Z’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태권V의 서른 살 생일잔치는 이미 지난해 가을 시작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년간 10억원을 들여 복원한 필름이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것이다. 이 필름은 지난 5월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도 공개됐고, 오는 24일 진짜 생일에 맞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다시 상영되면서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또 영화사 신씨네에서는 김청기 감독과 함께 3D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야기 구조는 로보트 태권V 1편을 근간으로 하되, 태권V를 3D 기술로 더욱 입체감 있고 세련되게 살려내서 내년 겨울방학쯤 개봉할 계획이다.

 태권V 탄생 30주년을 전후로 한동안 주춤했던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아치와 씨팍’ ‘파이스토리’가 최근 개봉된 데 이어 ‘천년 여우, 여우비’ ‘오디션’ 등 많은 기대작이 한창 제작되고 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변치 않은 태권V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제2, 제3의 태권V가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문화부·김종윤차장@전자신문, j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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