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 협상이 마지막 날인 14일 무역 구제·서비스·상품무역·환경 4개 분과 협상 일정 취소로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그동안 양국 협상단은 18개 분과 및 작업반 회의를 열고 서비스 유보안 교환, 상품분야 양허안 틀 합의, 협정문 이견 일부 해소 등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개성공단 생산제품 원산지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제자리걸음을 했고 통신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2차 본 협상이 마지막에 파행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9월 미국에서 열리는 3차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상품 양허(개방)안 틀 합의=김종훈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각각 이끈 양국 협상단이 이번 협상기간에 낸 성과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품 분야의 양허안을 만들 때 적용하는 양허안 틀을 타결지었다는 것이다.
합의된 상품 양허안 틀은 1만여개에 달하는 각 상품에 대해 △관세 즉시 철폐 △3년 내 철폐 △5년 내 철폐 △10년 내 철폐 △기타(민감품목 등) 5단계로 양허 이행기간을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기타의 경우 양허 제외, 이행기간 10년 초과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만 추후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통신시장 개방 가능성 의혹 제기=통신 분야는 농업이나 금융, 보건 및 의료 분야의 관심에 가려 아직은 협상의제로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안건 자체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통신기업 외국지분제한 폐지 및 기술표준 자율화 등이 미국 측의 핵심 요구 사안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특히 김종훈 수석대표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서비스 시장은 개방하지 않겠지만 통신은 공공서비스가 아니다. 통신은 이미 민영화됐다. KT를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해 통신이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제외돼 시장 개방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틀 뒤 김 수석대표는 발표 내용이 ‘오보’였다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시장개방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승희 의원(열린우리당·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은 이에 대해 “통신협상이 서비스협상에서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채 다른 분야의 협상타결을 위한 ‘대안적 선택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e러닝 이슈 부상=교육 분야에서 인터넷 교육(e러닝)은 미국 수석 대표의 ‘시장 접근에 대한 관심 표명’으로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나 2차 협상에서 미국 측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변경을 요하는 개방 요구는 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 확인하고 교육서비스 유보안을 교환했다. 9월 예정된 3차 협상에서 좀더 상세한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양측 주장만 확인=저작권 관련 쟁점은 양측의 제도 개선과 관련된 것으로 광범위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이 때문에 1, 2차 협상은 주로 양측의 주장을 확인하고 의문 사항에 대해 질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3차 협상도 1, 2차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쟁점은 △일시적 저장의 복제권 인정 △접근통제 기술조치의 우회 금지 △보호기간 연장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 책임 강화 △저작권 집행 부문 강화 여부 등이다.
ㅎ◇개성공단 문제는 이견=우리 측 핵심 현안인 개성공단 생산제품 한국산 원산지 인정문제에 대해 미국 측은 단호한 거부 의사를 표시, 평행선을 그었다.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14일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 같다”며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한·미 FTA 협상에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진 차관은 “한·미 FTA 협상을 늦출 경우 미 의회의 요구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미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시기 내 협상을 마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주문정·신혜선·정진영기자@전자신문, mjjoo·shinhs·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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