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식 IMT2000 사업을 둘러싼 정책당국과 사업자 간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사업권을 받아 놓고 약속한 기간 내에 서비스를 하지 않았으니 법대로 사업자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말 그대로 원칙론이다. 그것도 서비스 시기를 연기해 놓고 어겼으니 사안이 중하다는 것이다. 법대로 하지 않을 경우 책임론과 형평성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반면에 LG텔레콤은 시장 상황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시장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속성상 시장을 봐야 하는데 시장이 변화한 이상 이를 거슬러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 아니냐는 내심이다. 예외 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둘 다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주무 부처인 정통부는 자칫 3세대(G) 통신정책의 실패가 거론될 수도 있다. 감사원의 감사도 의식된다.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 외에는 길이 없다.
LG텔레콤은 더 복잡하다. 법대로라면 당장 사업 허가가 취소될 경우 이에 관여했던 대표이사의 퇴진은 불가피하다. 남용 사장은 적어도 시장에선 ‘LG텔레콤=남용’으로 인식될 만큼 절대적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가입자 200만명도 못 됐던 LG텔레콤을 600만이 넘는 기업으로 키웠고 퇴출 위협을 생존 기반으로 바꿔 놓았다.
추가 출연금도 만만치 않다. 주파수 점유 기간만큼 내야 하는 주파수 할당 대가는 벌써 1000억원 이상이다. 시간을 끌수록 추가 출연금 규모는 커진다.
보조금과 과징금에 이어 추가 출연금을 계산에 넣는다면 LG텔레콤의 올해 수익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아예 사업권을 반납한 경우를 가정한다 해도 22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9300억원의 출연금을 일시에 내야 한다. 정통부와 어긋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1, 2위 사업자에 비동기식 사업권을 주면서 동기식을 떠넘기듯 하지 않았느냐는 원망도 깔려 있다.
1차적 책임은 물론 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에 있다. 하지만 기간 내에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펴지 않은 책임을 정책 당국도 외면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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