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콘텐츠 산업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는 2001년 문화관광부 산하에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족하면서부터 사용됐다.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수출입 규모는 2004년에 전년대비 43.8%와 9.2%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동년 한국 제조업의 성장률 4.6%와 비교할 때 놀라운 수치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언어나 지리·인종 장벽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또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시대 신소비층의 강렬한 문화콘텐츠 소비욕구로 그 잠재적 시장 규모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중 캐릭터 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꽃’이다. 미키마우스나 헬로키티 등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한 기업뿐 아니라 그 나라를 대표하며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 내는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캐릭터 산업은 1983년 아기공룡 둘리를 시작으로 97년 방귀대장 뿡뿡이, 2000년 마시마로와 뿌까, 2001년 홀맨, 2002년 뽀롱뽀롱뽀로로로 이어지며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마시마로와 뿌까는 해외시장을 종횡무진 개척하며 수익을 올리는 대한민국 효자 캐릭터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큼 산업 분위기가 변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확대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캐릭터 산업뿐 아니라 모바일콘텐츠 시장과 게임·영화·드라마 등도 고도성장을 향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과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이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때마침 한류 열풍 또한 이러한 질주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KT·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가 단순 ‘망사업자’에서 콘텐츠 기반 ‘미디어 사업자’로 변신하며 문화콘텐츠 산업 진입을 확대하고 전통 제조 대기업이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면모를 바꾼다.
그러나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은 외국에 비해 아직까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부족하다. 우선 전문인력이 없고 기업규모와 기술력 등 환경 인프라가 부족하다. 또 서비스가 가능한 상품화 단계의 콘텐츠를 배급하고 유통·수출할 여건도 열악하다. 외국에서는 기업 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확실히 우리의 문화콘텐츠 산업이 외국에 비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지만 타 산업과 다르게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쟁 원천은 철저히 창의력에 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좋은 기회다. 기업 차원에서 전문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인력을 꾸준히 배출하고 업계 네트워크 및 비즈니스 경험을 시스템화하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실용성 있는 지원사업의 장기화 등을 병행해 나간다면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그냥 받아들이고 수용해서 발전시켰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맞게 기획·제작·투자·배급·라이선싱·머천다이징 등 모든 시스템을 이른 시간 안에 갖춰야 한다. 이렇게 우리 문화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면 세계는 우리를 재평가할 것이다.
과거 우리는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지적재산권 등 법률적 제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발전할 계기를 놓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고 정부의 지원 하에 법·제도도 선진국형으로 수정, 보완되고 있다. 여기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통신환경과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 유비쿼터스 환경, 게다가 한류까지 마치 끼워 맞춰놓은 듯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를 1200조원으로 볼 때 한국은 그중 44조원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형 승용차 2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광물 자원이 절대 부족하고 이렇다 할 제조업 원천기술도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이 매력적인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잘 닦인 도로에 성능 좋고 속도감 있는 ‘문화콘텐츠’라는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사장 president@cl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