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노트]성공비결 - 로한

‘로한’은 국내 MMORPG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다. 이 작품은 처음 공개됐을 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장기간 계속 진행하면서 조금씩 눈길을 모았고 오픈에서는 유저들을 몰아 갔다. 블록 버스터급의 대형 온라인게임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유저에게 외면받는 사례가 속출했을 때도 ‘로한’은 달랐다.

그 어떤 온라인게임이 발표돼도 항상 꾸준한 동시접속자수(동접)와 인기를 유지했던 것이다.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유료화로 전환할 당시에 주위의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대성공을 거뒀다. 일반적으로 MMORPG는 유료화를 시작하면 유저가 절반이상 떨어져 나간다. 그런데 ‘로한’은 동접이 거의 변동없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고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것은 YNK코리아가 시도한 유저 마케팅의 결과였다.

후발업체로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유저’라는 판단 아래 YNK코리아는 모든 역량을 고객에게 쏟아 부었다. 2004년 하반기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하면서부터 유저 간담회를 진행해왔고 2005년 9월에는 오픈베타테스트 12일만에 ‘로한 카니발’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무려 8000명의 유저가 아침부터 긴 줄을 형성하고 행사장 앞에 기다리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져 관계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일년이나 지속한 이유도 오로지 유저들이 원하고 지적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작업 때문이었다. YNK코리아는 지금까지 게임업체들이 보여줬던 것과 판이하게 다른 노선을 걸었던 것이다.

유저 중심의 전략은 아이템베이와의 제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가장 싫어하고 멀리하는 것이 사기와 아이템 해킹이다.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이템베이와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YNK코리아의 최정훈 이사는 “아이템 거래를 양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에게 ‘로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며 “현재 ‘로한’에서는 사기 사건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YNK코리아는 주위의 만류와 우려를 무릅쓰고 아이템베이와 손을 잡아 게임계에 한바탕 풍파를 일으켰다. 그러나 실제 유저들은 이를 환영했고 현재 ‘로한’에서 아이템 거래와 관계된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유저 마케팅 전략은 유료화 모델을 결정한 것에도서 잘 나타나 있다. 부분 유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던 상황이었고 신규 MMORPG에게 여유 시장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유저에게 직접 설문 조사를 하는 등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 가장 적절한 해답을 찾았다. 결과는 역시 성공이었고 ‘로한’은 현재 존재하는 인기 MMORPG 가운데에서 무시못할 세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YNK코리아는 하반기로 예정된 ‘축성전’을 중심으로 대규모 업데이트와 프로모션을 실시해 유저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줄 예정이다. 또 해외 진출도 유저에게 초점을 맞춰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얼마전 일본에서 마무리한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의 결과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로한’이 세계 속의 ‘로한’으로 거듭날 날도 멀지 않았다.작년 9월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개최된 ‘로한 카니발 2005’는 오픈베타테스트를 기념해 4년동안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열혈팬들에 대한 감사와 게임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YNK코리아는 ‘로한 카니발’을 흥겨운 게임문화 체험공간으로 준비했으며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는 체험관, 게임의 여러 시스템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이템존, 캐릭터 상품이 전시된 캐릭터샵 등 20여종이 넘는 이벤트와 체험 코너를 마련했다.

또 가이드 라이브 시간을 통해 유저가 개발자와 운영자를 직접 만나 평소 게임 개발과 운영에 관한 궁금증을 풀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YNK코리아는 행사 입장을 무료로 진행했으며 사전 참가 신청자 전원에게 티셔츠와 간단한 간식, 음료를 제공했다. 또 30인 이상의 길드 단위 참가자에게 즉석 길드 깃발과 지방 참가자에게는 차비도 지원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로한이 걸어온 길

2002년 3월 클로즈 알파 테스트 실시 (테스트때마다 유저간담회 실시)

2004년 8월 1차 클베 실시

2004년 11월 2차 클베 실시

2005년 1월 3차 클베 실시

2005년 7월 4차 클베 실시

2005년 8월 프리 오픈 테스트

2005년 9월 오픈 베타 테스트 실시 공개 일주일 PC방 RPG 게임순위 4위 (게임트릭스)

2005년 10월 RPG 부문 1위 등극 (게임트릭스)

2006년 1월 전국 유저 간담회 실시 (1월 부산, 2월 광주, 5월 대구)

2006년 3월 상용화

2006년 4월 매출 첫 달 실적 45억6000만원 달성

2006년 6월 일본 1차 비공개 테스트 실시‘로한’의 성공 뒤에는 음지에서 열심히 일한 숨은 일꾼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최고 수훈자로 최정훈(39) 이사를 꼽을 수 있다. YNK코리아에서 오랜 시간동안 온라인게임과 유저에 대한 시각을 익힌 그는 뚝심과 성실함으로 ‘로한’ 마케팅을 진두 지휘했다. 현재는 YNK코리아의 선장 윤영석 사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로한’의 콘텐츠 완성도와 해외 진출에 조금씩 힘을 기울이고 있다.

- ‘로한’ 마케팅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는.

▲ 모든 것은 유저를 위해 진행했다는 점이다. 외부 마케팅이나 각종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 오로지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유저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아마 YNK코리아가 최초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 유저 마케팅을 추진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 아무래도 국내 MMORPG 시장은 레드 오션이다. 굳건히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들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 입장에서는 뭔가 뾰족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로지 유저만 바라보고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로한’ 카니발을 개최했을 때 8000명이나 되는 유저들이 찾아 왔었다. 그 때 회사 직원들은 정말 놀라워했고 모두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아마 ‘우리의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 앞으로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항은.

▲ 최근에 ‘로한’ 소설을 출간했다. 책이 나올 정도로 우리 게임의 탄탄한 스토리와 배경, 설정 등을 알리고 싶어서 시도한 것이다. 이 책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일종의 유저 마케팅이다. 우리 게임을 믿고 사랑해주는 유저에게 보답하는 뜻이 강하다. 또 콘텐츠의 완성도와 우수성을 어필하고 싶었다.

- 마케팅 철학이 있다면.

▲ 모든 것은 유저가 알려준다. 자세히 보고 관찰하면 된다. 언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유저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다 알려준다. 업체 입장에서는 그것에 맞는 시기적절한 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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