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찬기자의 고수에게 배운다]위닝일레븐10(상)

월드컵 열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지만 사람들 가슴 속에는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아있다. 목청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결국 한국은 16강 좌절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열망이 컸던 만큼 한국의 16강 진출을 게임 속에서라도 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결국 실사축구로 대표되는 ‘위닝일레븐 10’에 도전할 마음을 먹고 체계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기자의 손으로 한국을 최강 축구군단으로 만들기 위한 고된 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위닝일레븐 10’, 축구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게임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플레이어의 조작능력이 우승의 향배를 결정짓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기자로서는 우선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축구게임에 대해서는 우선 어렵다는 편견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해서다. 특히 조작감이 생명인 ‘위닝일레븐10’이어서 더욱 두려움은 컸다.

그러나 지난해 지스타에서 벌어진 위닝대회서 준우승까지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사부를 뒀기에 어느정도 반감은 됐다. 인천재능대학 1학년생인 인효정(20)군. 그는 고등학교때 처음 ‘위닝일레븐’ 축구게임을 접한 신세대 고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위너스’ 동아리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름 : 인효정(20)

소속 동호회 : 위너스

주 포메이션 : 4-4-2, 4-5-1

주 선정팀 : 잉글랜드, 이탈리아, AC밀란“‘위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키조작이예요. 축구게임이 다 그렇지만 ‘위닝’은 더욱 그렇죠. 때문에 우선 키를 머리속에 암기해 놓는 것이 좋아요.”

사부는 처음 만나자 마자 키조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리 ‘위닝’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알려줬던 탓인지 사부는 조곤조곤 키에 대한 설명부터 했다.

“처음에는 키를 외우기 어려울 거예요. 왼쪽에 있는 십자키는 선수들의 방향키예요. 나머지 키들은 공격때와 수비때 활용이 틀려요. 공격때는 X의 경우 패스고 O는 한번에 최전방까지 연결되는 롱패스, △는 스루패스, □는 슛이예요. 수비할때는 X의 경우 일반 차징이나 테클, O는 슬라이딩 테클, □는 압박을 할 때 사용해요. 이밖에 수비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L1키를 조작하는 것인데 수비지정을 하는 거예요.”

사부의 친절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쩔수 없는 일 이왕 한국을 최강으로 만든다는 각오를 다진 터이기 때문에 열심히 패드를 들고 연습을 가했다.

사부는 이런 모습을 보며 안스럽다는 듯이 “어차피 게임을 하는 것이 최선이예요. 우선 트레이드 모드가 있으니 거기서 열심히 연습해 보세요”라고 방법을 지도해 주었다.

‘헐, 진작에 트레이드 모드가 있다고 얘길해주지’ 기자는 사부의 말대로 트레이드 모드로 들어갔다.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돼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쉽게 트레이드 모드를 찾을 수 있었다.

트레이드 모드에서는 일반 슛과 패스 등을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초보자들은 여기서 우선 키 조작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연습을 하지 않고 곧바로 경기에 투입되면 낭패를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기자는 열심히 키를 손에 익히기 위해 30여분 간 패드와 씨름을 해야만 했다.

“이제 그만하셔도 되요. 하루 아침에 익숙해지긴 힘드니까 게임을 좀 배워보도록 하죠. ‘위닝’의 경우 실제 축구와 흡사한 만큼 실전 감각이 가장 중요해요. 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이 실력을 키우는 지름길이예요.”사부의 지시에 따라 게임에 접속했다. 팀 선정시 한국을 선정하고 싶었지만 사부는 기자의 실력이 너무 처지기 때문에 브라질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한국팀을 선정할 정도의 실력도 안돼다니(ㅠㅠ). 브라질을 선택하고 선수발탁도 끝났다. 상대팀은 이번 월

드컵에서 브라질에 3대0으로 패한 일본팀. 난이도도 최하위인 별 하나.

“지금 이 경기는 져서는 안되는 게임이예요. 현실적으로 봐서도 팀간 능력이 너무 차이가 나잖아요.”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사부의 한마디에 반드시 꺽겠다는 의지가 충만해졌다. 브라질의 선축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결과는 브라질의 1대0 승. 그러나 경기내용은 무척이나 한심스러울 정도로 엉성했다. 한마디로 패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부는 경기 도중 짧은 패스(X키)를 이용한 공격을 요구했다. 키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이와함께 슛(□키) 찬스에서도 그는 한가지 중요한 점을 강조했다. 바로 슛할 찬스에 나타나는 게이지가 그것. 일반인들의 경우 슛찬스때 □키를 오래 눌러 게이지를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강슛만을 구사함에 따라 공이 뜰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슛을 하실때는 □키를 잠깐만 누르셔야 해요. 너무 오래 누르고 계시면 공이 뜨기 때문이예요. 이 점을 상기하세요.”컴퓨터와 한판 대결을 펼치고 난 후 비록 내용적인 면에서는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지만 큰 희망을 안겨줬다. 처음 시합에서 어찌됐든 승리의 쾌감을 맛봐서다.

사부는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컴퓨터가 아닌 자기와 경기를 할 것을 요구했다. ‘위닝’의 고수가 되면 심리전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만큼 다른 사람과 대결을 펼쳐야 진정한 고수가 된다고 했다.

“‘위닝’의 매력중 하나가 심리전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물론 이 부분은 마지막날 다룰 것이지만 맛배기로 대결을 해 보죠.”

사부와 각각 브라질과 포르투갈을 선정, 경기를 시작했다. 결과는 2대1로 패배했지만 한골을 넣었다는 것이 큰 위안이었다. 그러나 사부는 실제 실력을 보여주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만큼 2대1 패배란 결과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처음보다는 키에 적응이 되신것 같아요. 특히 패스하는 수준은 괜찮아요. 이정도면 컴퓨터의 난이도를 높여도 상대가 가능할것 같아요. 집에서 키조작 연습을 더 하세요.”

사부의 칭찬에 으쓱해진 기자에게 아직까지는 더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사부는 다음주에는 볼 콘트롤이나 전술 등에 대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오늘은 첫날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만 얘기했어요. 다음 주에는 ‘위닝’에 삽입돼 있는 다양한 기술들과 전술들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죠. 물론 키 조작을 어느정도 한다는 전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돼요.”

한국팀을 최강군단으로 만들겠다며 첫발을 내디딘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사부와 헤어졌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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