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컴퓨팅의 끝없는 진화

 유틸리티 컴퓨팅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수도나 전기처럼 컴퓨팅 자원도 쓰는 만큼 돈을 내는 일종의 하드웨어 종량제 서비스다.

 관련 업계는 서버·스토리지 등 한 시스템 내에서 프로세서를 활성화해 용량을 늘려 나가는 초창기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에서 벗어나 전체 전산 서비스를 종량제 방식으로 제공하려는 시도를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특히 대규모 차세대 데이터센터 개설을 앞두고 삼성SDS와 LG CNS가 다양한 전산 서비스 모델을 고심하면서 국내 유틸리티 컴퓨팅 진화를 이끌고 있다.

 ◇새로운 전산실 모델 ‘봇물’=최근 관리와 자원 공급 자동화·빌링 고도화·그리드와 가상화 등 기술 진전이 이뤄지면서 유틸리티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와 전산실 모델이 속속 나오고 있다.

 HP는 최근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 ‘NGDC’를 내놓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발표회를 열었다. NGDC는 업계 표준 서버와 스토리지를 모듈 형태로 구성해 가상화와 자동화를 통한 지능적인 IT 관리를 가능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HP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NGDC를 구현한 데모 시설을 이르면 내달 한국HP 내에 오픈한다.

 한국IBM도 ‘유니버설 매니지먼트 인프라스트럭처(UMI)’ 모델을 선보였다. UMI는 오픈 J2EE 등 표준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용량과 빌링, SLA 관리를 제공하도록 설계한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이다.

 한국IBM은 아웃소싱 물량이 늘어나면서 UMI에 기반을 둔 전산실을 국내에 개설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저울질하고 있다. LG히다찌도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과 디스크를 쪼개 활용할 수 있는 파티션 소프트웨어를 내세워 유틸리티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LG CNS와 삼성SDS 등 대형 IT서비스 업체도 유틸리티 컴퓨팅 기술 탐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유틸리티 컴퓨팅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LG CNS는 한국EMC와 협력, 스토리지를 고객사의 요구 용량만큼 서비스해 주는 SSP(Storage Service Provider)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스토리지 가상화 벤치마크 테스트와 유틸리티 및 그리드 구현 방법을 3개월 연구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SDS도 최근 주요 컴퓨팅 업체에 삼성 계열사의 종량제 서비스를 위한 제안서를 요청했다.

 ◇자원·인력 효율화 요구 증대=유틸리티 컴퓨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유연한 IT 투자와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 유틸리티 컴퓨팅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히는 자동화 컴퓨팅은 IT 비용뿐 아니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겸준 한국IBM 실장은 “앞으로 하드웨어 자체 비용보다 이를 관리 운용하는 인력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1명이 50대 정도 서버를 관리한다고 보면 유틸리티 컴퓨팅이 적용된 UMI 환경에서는 500∼1000대 서버까지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IT서비스 업체가 전산실 아웃소싱 사업을 활발히 벌이면서 컴퓨팅 자원 효율화 문제는 비용 절감 및 수익 창출과 직결된 문제로 부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서비스 업체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표준화·자동화한 유틸리티 컴퓨팅 환경으로 구현, 이를 새로운 ‘세일즈 포인트’로 삼으려고 한다”면서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이 가능하다면 차세대 데이터센터가 고객사를 끌어 모으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제와 전망=유틸리티 컴퓨팅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과 기업 업무 프로세스를 더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 자체보다는 종전에 없던 새로운 과금체계를 만들고 보안 문제를 해결해 서비스 업체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더 큰 숙제라는 지적이다.

 허주 한국EMC 부장은 “유틸리티 컴퓨팅 구현은 이제 기술에서 계약 문제로 넘어갔다”며 “사용량 정산과 서비스 수준에 따른 과금 등에 관한 계약 노하우를 쌓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아직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 초기 단계여서 서비스 범위와 요금에 관해 고객과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난제로 남아 있다”면서도 “고객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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