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DSL의 등장과 함께 국내 인터넷 환경이 고속화되면서 PC방이 생겨났다. 최첨단 PC와 주변기기, 초고속 인터넷 회선, 여기에다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까지 갖춘 PC방은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PC방은 위기를 맞았다. 집집마다 전송속도 메가급 이상인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PC방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안팎의 어려움으로 그로기 상태에 놓인 PC방 업계가 이번에는 사행성 게임이라는 결정타를 맞았다. 포커나 바카라 같은 불법 게임을 제공하는 ‘도박장’ PC방에 대한 단속 결과를 보도하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우후죽순이라는 표현 그대로 사행성 PC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문화관광부와 사법기관들은 사행성 PC방을 사설 도박장으로 보고 형법을 적용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주는 도박장 개설 죄로 처벌을 받고 이용고객도 같이 처벌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자유업인 PC방을 일정 수준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 등록제로 환원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정치권의 행보와 함께 업계 당사자들도 도박 PC방 근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PC방 업계 전국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사행성 PC 도박장 척결 궐기대회’를 열어 PC방의 등록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성인 오락실에서 사행성 게임이 문제가 됐을 때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아케이드 업계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PC방 업계에 성인 오락실의 사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사행성 PC방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초기 단계라고 믿고 싶다. 정황적으로 볼 때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그 수요(?)가 PC방으로 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오락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초기 대응이 중요하고 업계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집행부 구성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
이창희 디지털문화부장, chang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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