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저그` 조용호 e스포츠계 매너 짱

목동저그’ 조용호의 경기 매너가 e스포츠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승패와 관계 없이 언제나 경기 후 상대 선수에게 다가와 먼저 악수를 청하는 조용호만의 매너가 점차 다른 선수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는 것. 이러한 그의 행동 때문인지 최고 스타인 ‘황제’ 임요환까지 ‘악수 부대’에 가세하는 등 ‘스타크래프트(스타크)’판에 조용호표 매너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신체 접촉이 심한 격투기도 경기 후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데 반해 프로게이머들은 경기 후 다소 겸연쩍은 행동을 해 눈에 거슬렸던게 사실”이라며 “조용호의 ‘작은 용기’가 e스포츠판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상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자신이 무너지는 것. 이같은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지만 그 만큼 돈독한 우정과 신뢰가 존재하는 것도 이 세계다. 요즘 젊은 세대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종합 격투기를 보면 자신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선수나 자신에게 넉다운된 선수와 뜨거운 포옹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아름다운 장면이다. 스타크 팬들이 조용호에게 많은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년 전 쯤인가 팀동료들과 모여 다른 팀들과는 차별화 된 세레모니를 하자며 경기 후 악수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저도 모르게 몸에 배었나 봐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선수들은 악수를 하지 않더라구요.” 조용호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자신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매너 못지않은 겸손함까지 보였다.하지만 조용호도 프로선수로서의 근성만큼은 누구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저도 프로인 만큼 지면 속상하고 화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프로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요?” 프로로서 승부욕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 후 서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에게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 조용호의 지론.

 

이러한 점을 반영하 듯 한없이 순둥이 같던 그도 경기장에 들어서면 무서운 포스는 발산한다. “목동저그”라는 별명답게 무서운 물량으로 상대를 압도해 버리는 것. 특히 올해 들어 그의 기세는 더욱 물이 올랐다.

지난 20일 삼성동 MBC게임 오픈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MBC 무비스 서바이버 2라운드 경기에서 SK텔레콤 T1의 김성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KPGA 투어 시즌 포함, 통산 11번째 MSL 진출에 성공한 것. 또 지난 23일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신한은행 시즌1’의 우승컵을 두고 온게임넷게임단의 ‘포스트 임요환’ 한동욱과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여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지난 CYON MSL 우승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목동저그의 부활을 알렸다.

한 관계자는 “조용호가 이렇듯 프로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알기에 더욱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그의 영향 때문인지 최근 많은 선수들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직후 승자와 패자가 악수를 하며 미소를 주고 받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아직도 e스포츠판에는 동료 의식과 동질감이 매우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프로리그의 경우 전체 경기가 끝난 후에도 패자는 생각지 않고 팀승리만을 자축하는 세레모니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오프라인 스포츠인 축구의 경우 상대팀의 등을 다독거려주고 서로 옷을 바꿔입듯, e스포츠도 협회라도 나서 끈끈한 동지 의식을 나타내는 ‘뒷풀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e스포츠와 같은 멘탈 스포츠인 바둑 경우도 복기를 하면서 서로 격려 하고 축하를 한다”며 “e스포츠가 말로만 제도권진입을 외치지 말고 이같은 부분에서도 제도권 스포츠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e스포츠 팬들 대부분이 청소년들인 점을 감안할 때 자칫 과열된 경쟁 의식과 비신사적인 매너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성숙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TV를 통해 중계되는 프로스포츠인만큼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온라인 게임 등에서도 건전한 게임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회연속 MSL 진출이다. 소감은.

▲ 그런 타이틀에 대해 개의치 않는 편이다.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 신한은행 스타리그선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 이길 때도 있으면 질 때도 있는 법이다.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리고 현재 프로리그 성적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 올해 목표는.

▲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올 해 안에 반드시 양대리그에서 우승할 것이다. 프로리그에서도 꼭 플레이 오프에 진출해 결승무대에서 샴페인을 터트려 보이겠다.

-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좋은 경기내용을 통해 팬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되는 프로게이머로 기억되고 싶다.

조용호 주요 전적

2002 KTF 나지트배 프로게이머 최강전 6회 우승

2002 KPGA TOUR 2차 리그 4위

2003 온게임넷 파나소닉 스타리그 준우승

2003 베스킨라빈스 KPGA TOUR 4차 리그 2위

2003 3차 ghemTV 스타리그 3위

2003 스타우트 MBC게임 스타리그 4위

2005 우주 MBC게임 스타리그 3위

2006 CYON MBC게임 스타리그 우승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1 우승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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