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 손 잡으니 외자 유치 술술

 정부와 노동계가 나서 국내 IT기업 3개사와 산업단지 건설 등 인프라에 총 1억75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노·사·정·외 합동 한국 투자 환경 설명회(IR)’에서 첨단 광학기술 기업 2곳과 자동차 부품 기업 1곳에 대해 미국 투자사로부터 55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겨 2차 IR를 펼친 결과, 캘리포니아연기금(CalPERS)이 한국 투자를 위해 설립한 칼웨스트(Calwest)사와 총 1억2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MOU를 교환했다. 해외 투자 유치가 ‘반외자 정서로 인해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국 IT 투자에 대한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정부와 노동계 힘 합쳐 이뤄낸 쾌거=이번 합동 한국 투자 환경 설명회는 정부 대표로 정세균 산자부 장관, 노동계 대표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태미 오버비 대표와 무역협회·전자부품연구원·한국바이오벤처협회·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및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정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외국 자본을 차별하지 않고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와 안정적 경제 성장,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도 “중국 등으로 해외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외국인 직접 투자가 중요하다”며 “과거 투쟁 중심에서 대화와 협력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으로 변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이 노사 관계를 직접 중재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립 구도를 보여온 노·사·정이 오랜 만에 손을 잡고 이뤄낸 쾌거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노동의 경직성이 해결될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IT·BT에 초점=미국 자본의 투자 유치는 IT와 BT에 주로 몰려 있다. 경제·금융 도시인 뉴욕에서 시티은행·푸르덴셜·화이자·노바티스·노바텍 등 투자 업체와 잠재 투자가 10개사가 함께한 라운드테이블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자금력과 정보력이 부족해 해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IT·BT 벤처업체들이 기술 상용화 및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의 IT 산업 기지인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 적격지로 한국을 홍보하고 R&D센터 및 부품소재 등 고부가가치 네트워크형 투자 유치를 추진한 것이 돋보였다. 국내 수요 대기업의 구매 전략과 연계한 IT·반도체 분야 부품소재·장비 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앞으로 대일 수입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처 다변화는 안정적 공급 물량의 확보라는 부가적인 이득을 얻게 된다. 특히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칼웨스트사는 캘리포니아연기금(98%)과 기금운용사 PREEF사(2%)가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세운 조인트벤처사로 미국 자본의 국내 산업 유입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적 기금의 유입이라는 신뢰성을 덤으로 얻게 됐다.

 ◇‘미국 기술협력센터’ 외자 유치 교량 역할 기대=또 이번 합동 한국 투자 환경 설명회 기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현지 기술 협력 창구 역할을 할 ‘미국 기술협력센터’가 개소했다.

 미국 기술협력센터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북미권 진출에 유망한 기술력과 제품 생산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벤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지원 센터로 △미주권 현지 기술과 협력 기업 관련 정보의 수집·제공 △현지 네트워크 구축 및 공동 연구 개발 지원 △로컬 랩 설치 지원 △우수인력 유치 지원 △세미나 등 행사 지원 등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성호 미국 기술협력센터 소장은 “그동안 IT를 중심으로 BT·NT의 융합 기술을 발전시켜 온 실리콘밸리의 원천 기술과 한국이 가진 제품 개발 및 실용화 노하우가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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