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D 산업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가 대만 AUO와 CMO 등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대만에 세계 제1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게 우려의 골자다. 국내 LCD 업체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인 반면에 대만 업체들은 10%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수치가 대표적인 사례로 곁들어진다. 여기에 LPL이 최근 2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위기타개 방안으로 감산을 통해 재고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염려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현재의 비관적인 경제상황이 마치 LCD에서 비롯된 것인 양 인식되고 있는 게 국내 LCD 산업의 현주소다.
수치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내 LCD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건 문제다. 대만 업체들의 지속적인 추격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세계 LC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PL은 여전히 세계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LCD 매출은 삼성전자가 12억3000만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LPL이 8억23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국가별 매출에서도 우리나라는 20억5000만달러를 기록, 대만(15억8000만달러)과 중국(1억3000만달러)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매출이 많은데도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일단 그간의 막대한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이 포함됐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 업체를 경계해야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우리나라 LCD 산업 전체의 위기로 결론 내리는 것은 잘못이다. LCD 위기론의 진원지인 컴퓨터 시장은 위축됐지만 LCD의 새로운 수요처인 TV 시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화면이 커지고 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반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일부 LCD 업체의 감산으로 3분기 이후 가격이 회복된다면 우리 LCD 산업은 다시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LCD 산업의 위기론을 일축하면서 감산이나 투자 연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히려 지금은 LCD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다. 최근 대만 업체는 대규모 투자와 합병을 통해 LCD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만이나 중국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고,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라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만이 해법이다. 지난 98년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차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보다는 대만 업체에 기술을 이전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당시 국내 기업은 IMF의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과감하게 투자했고,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일본을 제치고 세계 LCD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일시적인 위기론에 매몰돼 8세대 라인 투자연기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과거 가격이 내리면 감산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고, 선투자로 일본 기업들의 기선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국내 LCD 기업은 적극적으로 차세대 투자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 LCD는 우리 미래의 먹거리다.
양승욱부국장@전자신문, sw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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