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근성

 6월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도 이젠 막바지다. 우리 대표팀이 연승으로 토너먼트에 남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잘 싸웠다. 16강에 들지 못했어도 전 국민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4년 전에 비해 조직력은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 팀의 근성(根性)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 해외언론도 인정한 부분이다. 근성을 보여줬기에,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국민은 실망하지 않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기대를 걸게 한다.

 근성은 두 가지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려는 끈질긴 성질, 다른 하나는 뿌리가 깊게 박힌 성질이다. 전자는 흔히 승부근성·프로근성처럼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 반면에 후자는 아부근성, 사대주의 근성, 거지근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 월드컵 대표팀이 보여준 근성은 누가 뭐래도 전자임이 틀림없다.

 올 6월은 월드컵의 달로 기억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년 중 6월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1년의 반을 마무리하는 달이다. 지난 6개월간의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절반을 설계하는 의미있는 달이다. 여기저기서 상반기 결산이 나온다. 사람이 하는 일은 늘 아쉬움을 남기기에 지난 반기를 돌아보는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후자의 근성을 빗대 상반기를 평가하는 일이 많다.

 불과 한 달 전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고객확보에 혈안이었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금감원 눈치를 보며 대출금리 인상 경쟁에 나선 것을 두고 언론은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벌떼근성·시녀근성 등으로 평가했다. 또 월드컵 때 달아올랐던 축구열기가 K리그로 이어지지 못했던 관행을 우려해 냄비근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들이 돈이 될 듯싶은 바이오·전자태그·유비쿼터스 등의 사업에 꼬여드는 형국을 불나방 근성, 파리떼 근성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우리 국민의 뛰어난 창의력을 근간으로 한 소프트웨어(SW) 산업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섰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 3만달러의 문을 여는 열쇠로 SW를 택했다. 대통령은 아예 코드를 IT에서 SW로 바꿨다. 그후 반기가 지났다. 지난 6개월만으론 정부의 SW 육성정책을 평가하기엔 시간이 짧은 감이 있다. 어찌 보면 이제 시작인 셈이다. 부디 여기서만큼은 냄비근성이 아닌 진정한 승부근성을 보고 싶다.

컴퓨터산업부·최정훈차장@전자신문,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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