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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원(EveR-1)은 지난 21일 탄생 두달여 만에 국내 최대규모 IT전시회인 SEK2006의 개막식 사회자 자리를 꿰차면서 또 다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사람을 꼭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의 쓰임새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에버원이 스타덤에 오르면서 자체예산 3억원을 투입해 이를 개발한 생산기술연구원은 투입예산의 몇 십배를 넘는 효과를 이미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 에버원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비전(시각), 음성합성 및 인식, 감정표현, 모션제어 기술은 차세대 전자제품에 고루 응용되며 미래시장을 노크하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로봇은 ‘돈 먹는 하마’에서 ‘돈 되는 효자’로 변신하는 첫 발을 떼고 있다. 에버원이 보여준 투입 대비 산출 효과와 요소기술의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에버원의 경제학’으로 풀어봤다.
◇비전기술, 국내서만 3000억대 시장 창출=에버원의 두 눈에는 3㎝ 너비 공간에 초소형카메라가 자리잡고 있다. 기존 카메라를 이용하면서도 지능을 더하는 소프트웨어로 ‘로봇의 눈’으로 재탄생시켰다. 단순히 영상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형태와 공간, 거리를 인식하거나 움직임을 쫓는다. 이 기술은 다양한 활용분야와 수천억 대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호 삼성테크윈 영상정보개발 유닛장은 “비전기술은 산업용, 청소용 로봇은 물론이고 자동차의 자율기능이나 능동형 CCTV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핵심기술”이라며 “현재는 핵심기술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으나 시장 규모는 2년 뒤 국내에서만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감성엔진, 융합시장의 핵심 키워드=인간을 닮는 기술의 핵심이다. 15개의 초소형 모터와 인공피부, 모션에디터를 통해 기쁨·놀람·화남·슬픔의 표정을 빚어내도록 하는 감성엔진이 바로 그것. 감성엔진은 입력된 음성정보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얼굴 표정 등으로 나타내도록 해준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기억해 반응하는 기능도 갖추게 된다. 감성형 콘텐츠기술은 융합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백문홍 박사는 “현재 일본의 테마파크에서 감성형 로봇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분야부터 주목할 수 있다”며 “먼 미래에는 탤런트 로봇이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분산형 제어 기술로 모션제어 효율화=에버원의 몸집은 작다. 팔도 얇다. 그 안에 9개 씩의 모터와 제어기를 내장해 움직이려면 소형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 생기원은 통신기반 분산제어 방식을 개발해 적용했다. 덕택에 작은 공간에 복잡한 제어기능을 넣을 수 있었다. 공압식을 쓰는 일본 액트로이드와 달리 에버원은 분산제어 방식으로 10밀리세컨드 단위 모션제어와 독자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기술을 확보, 독립형 안드로이드 탄생의 기반을 다졌다.
◇음성 합성 및 인식 기술=500개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 펜탁스가 보이스웨어를 인수해 설립한 펜탁스보이스웨어의 음성인식 엔진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음성인식 기술은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등의 인간친화형 인터페이스 기술로 재부각되고 있다.
◇인공피부=살인의 추억, 태극기 휘날리며, 혈의 누 등의 영화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했던 MAGE의 작품이다. 이들 영화에서 ‘리얼한 시체’로 명성을 얻은 MAGE가 ‘살아있는 사람 로봇’에 도전한 이력이 재미나다. 에버원이 크게 웃거나 찡그리지 못하는 것은 고가의 인조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자는게 속사정이니 로봇 시장만큼이나 인조 피부 분야도 부가가치가 높다.
◇일어서는 에버투=10월 공개되는 에버원의 동생 에버투(EveR-2)는 하반신이 마네킹인 ‘언니’와 달리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안드로이드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표현 감정의 수도 6개 이상으로 늘린다. 음성인식도 현재 단어만 알아들었지만 문장을 알아 들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터뷰]백문홍 생기원 제어인식연구팀장
“협소한 공간에 모터와 제어기를 장착하다 보니 에버원의 머리에서 뜨거운 열이 마구 올라왔죠.”
에버원 개발은 생기원 원내 유보금과 지금까지 누적된 연구성과를 활용해 1년여 만에 기획-개발-공개까지 초고속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개발을 주도한 백문홍 팀장(48)은 “15명의 개발진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개발하다 보니 밤샘작업을 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내부의 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며 “로봇이 감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고 했다.
그는 “아직 기술의 완성도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과장되게 인식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응용분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미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냈지만 보완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창출을 조급히 전망하지는 않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사업화된 사례도 생기고 있다”며 “시도를 거듭하면서 미래 탤런트 로봇으로까지 진전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브+로봇’을 모티브로 이름 붙인 에버원이 인조인간이 흔하게 나타나는 시대, 그들의 이브로 기억됐으면 하는 심정”이라면서 “10월 탄생하는 에버투는 좀더 감정을 잘 표현하는 로봇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버원 시장 전망은...
박람회 전시장 등의 안내 로봇, 음식점 편의점 등의 매장관리 로봇 등으로 용도는 가시적이다.
SEK2006으로 데뷔전도 치른 셈이다. 이미 몇몇 백화점으로부터는 제안이 왔다. 생기원은 소비자들이 활용하는 툴을 개발하면 상품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행사안내요원이나 도우미를 대신하는 것을 전제로 200억원의 시장규모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다가 차후 기존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건은 기술적 완성도다. 전한수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기반기술본부장은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2025년 3조3000억엔(33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게 일본 경제산업성의 분석”이라며 “감성과 지능을 겸비한 소프트웨어적인 구현 등 기술적 완성도에 따라 조기 상용화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성이라는 접근 경로는 에버원에 기회이자 도전이다. 백문홍 박사는 “로봇이 제조라인을 나와 서비스 분야를 거쳐 문화 등 감성의 영역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버원이 받아들여지려면 언캐니 밸리를 건너야 한다. 에버원은 주름이 많은 노인에 남자가 아닌 20대 젊은 여자 모습. 감성을 파고들어 쓰임새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다. 인간 외모를 닮을수록 호감도가 상승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거부감이 생겨 호감이 급전직하하는 현상인 언캐니 밸리를 넘어서는 것이 시장창출을 위한 에버원의 과제다. 사람을 꼭 빼닮거나 독자적인 캐릭터를 부여하는 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