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주 본지가 연재해온 연중기획물 ‘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의 취재를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 우선 일본에서 통신·방송정책을 총괄하는 총무성을 찾았다. 한참 동안 총무성 직원과 일본 통신방송융합정책의 현재와 지향점을 얘기한 후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요즘 일본 MBCo는 어떤가요?”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과장보좌인 그는 고개만 갸우뚱했다. 모른다는 제스처다. 한참을 설명했다. 일본에선 모바일방송으로 불리고 도시바가 출자·주도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난해 10월에 본방송을 했고 한국의 위성DMB와 거의 동일하다고. 그는 끝내 모르는 듯했다. 옆에서 인터뷰를 돕던 다른 직원이 ‘들어본 적 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일본 MBCo는 통·방융합 도전으로 지난해 한때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선 모바일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총무성은 MBCo를 방송사업자로 허가해 줬다. MBCo는 그러나 시장에서 실패했다. 소비자가 외면한 것이다. 모바일방송 단말기가 차량용과 전용만 있을 뿐 휴대폰용이 없었던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이다. 수신 커버리지도 미흡했다.
주무부처인 총무성의 직원은 MBCo를 기억하지 못했다. 대신 ‘원세그’에 대해서는 해박했다. 원세그는 NHK 등 방송사가 자신들의 디지털방송 방식인 ISDB-T를 통해 구현한 휴대이동방송이다. 일본 이동통신 3사인 NTT도코모·KDDI·보다폰이 모두 원세그 지원 휴대폰을 내놨다. 지난 1월 본방송이 시작된 이후 원세그 구입자가 60만명을 넘었다.
MBCo는 위성DMB와, 원세그는 지상파DMB와 각각 유사하다. 우리나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 직원은 아직까지 둘 다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을 터다. 하지만 2년 뒤 어느 매체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거릴지도 모르겠다.
최근 위성DMB가 콘텐츠 경쟁에서 밀려 좌초할 것이란 소문이 돈다. 일부 지상파DMB 사업자에 대한 위기설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부도 사업자들도 ‘위기설’을 소문으로만 여긴다. 정말 소문으로만 그칠까. MBCo를 기억하지 못하는 총무성 직원이 남의 일같지만은 않다.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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