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디지털방송 시장은 콘텐츠와 플랫폼, 장치산업이 엇박자를 내며 상호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DTV 수상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보급이 어려웠던 탓이다. DTV를 사더라도 볼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다. 콘텐츠 제작사는 HD 콘텐츠를 만들어도 보는 사람이 제한적이어서 굳이 고비용을 들여 HD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없었다. 볼 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DTV 수상기 보급이 느린 것은 당연했다. 악순환이 계속됐고, 시장은 여전히 어려웠다.
◇콘텐츠가 먼저냐, 플랫폼이 먼저냐=국내 디지털방송이 성장하지 못한 주요한 이유의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디지털의 장점을 살린 특화된 콘텐츠 부족이다. 특히 기존 아날로그와 차별화가 가능한 고선명(HD) 콘텐츠가 부족했다. 이는 지상파 디지털전환 과정을 봐도 알 수 있다.
2006년 현재 지상파방송의 HD 프로그램 의무편성 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25%다. 문제는 25%의 방송시간 동안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데 있다. 최근 들어 대작 드라마를 HD로 제작하며 HD 프로그램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HD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토크쇼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가의 DTV를 구매한 시청자들로부터 볼 것이 없다는 불평이 나왔다.
방송사도 변명거리는 있다. HD 방송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청자가 적은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가면서까지 HD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HD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까지의 HD 콘텐츠 분야에서는 플랫폼과 콘텐츠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놓고 공전하는 양상이 됐다.
SO 선투자 나선다=이번 케이블TV방송국협의회가 오는 2010년까지 HD로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선언은 이 같은 논쟁을 종식시켰다. SO가 선투자를 통해 HD 방송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광성 SO협의회장은 “HD 방송을 위한 기반 시설인 플랫폼의 HD화를 SO가 먼저 구축하면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부터 HD 프로그램으로 전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HD 디지털 조기 전환을 위해 HD 채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PP의 송출설비에 대한 HD화도 지원하기로 했다. 약 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별 PP의 송출설비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해 업계에서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수의 PP가 공동으로 송출설비를 구축할 경우 개별 구축시보다 비용이 낮아져 공동 HD 송출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유관산업 대폭 성장=우리나라 케이블 가입가입자는 14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78.8%를 차지한다. 이번 결정으로 이 가구가 5년 안에 전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게 됐다. 송출을 위한 플랫폼의 디지털화에 이어 방송 수신을 위한 각 가정의 디지털화가 뒤따를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장 가전업체들의 특수가 예상된다. 2010년 1600만으로 예상되는 케이블 가입자에게 공급할 디지털셋톱박스와 디지털TV 수상기 업체들은 내수시장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했다.
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2010년까지 디지털셋톱박스 1600만대, DTV 수상기 83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각각 3조5160억원과 12조4650억원에 달한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도 뒤따를 전망이다. PP에게 지급되는 수신료를 기준으로 할 때 2010년까지 3조43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장치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발전이 다시 디지털미디어의 성장을 이끌 선순환 고리로 작용하며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시장 성장으로 디지털셋톱박스와 DTV 가격이 낮아져, DTV 보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시청자들의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접근이 한결 쉬워짐은 물론이다.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도 HD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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