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K/IT테크노마트/ITRC포럼 2006’은 국내 최대 IT행사 답게 갖가지 화제가 넘쳤다. 휴대폰·디스플레이·로봇 등 첨단 IT제품이 넘쳤으며 직장인·학생·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연령층도 초등학생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광범위했다. 지난 4일간 있었던 갖가지 화제의 뒷이야기들을 모았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어령 교수는 ‘강의의 고수’라는 명성답게 1시간 20분 동안 청강생들의 눈과 귀를 휘어잡았다. 이 교수는 강의 말미에 “30대 교수는 모르는 것도 막 강의한다. 40대 되면 자기가 아는 것만 얘기한다. 50대 교수는 학생들이 아는 얘기만 한다. 정년 퇴직한 교수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한다”며 입담을 과시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애플컴퓨터의 스티븐 잡스 예를 들며,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강의가 더욱 매력을 끌고 있는 만큼 자신도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전시한 로봇인 ‘에버원(EveR-1)’의 미모가 여성 관람객의 질투를 받기도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에버원을 소개하며 “에버원은 한국 20대 여성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에버원을 구경하던 한 20대 여성 관람자는 “한국 20대 여성이 모두 저렇게 날씬하고 예쁘다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학가 명물로 꼽히는 인터넷 무료단말기 ‘인키(IN-KI)’가 이번 행사서도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내 눈길을 끌었다. 유니쿱이 개발한 인키는 전국 주요 47개 대학에 총 500여대가 설치돼 인터넷 검색, 휴대폰 충전, 웹카메라 기능 등을 지원, 이미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EK2006을 위해 각종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인키는 SEK에 참여한 업체 정보는 물론 부스 위치 안내도 제공, 넓은 전시장에서 길을 잃을뻔한 ‘길치’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이번 행사의 최고 인기 스타는 단연 ‘로봇’이었다. 인조인간로봇 ‘에버원’이 행사 개막식 사회자 자리를 꿰찬 것을 시작으로 행사 기간 내내 로봇이 전시된 부스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에버원은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때로는 행사 안내를, 때로는 동화구연을 해줘 인기를 얻었고 KT가 내놓은 가정용 미니로봇은 여성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ITRC포럼 전시장에서도 KAIST·성균관대 등이 선보인 로봇에 관람객의 시선이 모였는데, 이 때문에 소외된 다른 출품작들이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SEK에 첫선을 보인 제품 중 일반 관람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던 것은 단연 한글과컴퓨터의 크레팟 서비스다. 블로그에 이어 차세대 1인 미디어 서비스를 표방하는 만큼 잡지형태의 편집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로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다. 한컴은 이 서비스 회원을 올해 말까지 50만명, 3년내 1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도우미들의 공부(?)도 화제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부스 도우미의 경우 윈도 비스타와 오피스2007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하루 여덟 번 설명하는데, 이들은 행사 개막 일주일 전부터 윈도 비스타와 오피스2007의 특징에 대해 공부했다고. 3년간 SEK에서 한국MS 부스를 맡았다는 김미연씨(27)는 “SEK을 준비하다보면 IT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이제 오피스2007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국내 최대 IT행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색 관람객도 많았다. 행사 마직막날인 24일에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7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장교 15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은 국방부 국군중앙교회 군 선교 협력위원회(MSO) 선교 교육을 위해 방한했는데 이들을 인솔한 국방부 박백만 중령은 “한국 문화 체험 일환으로 대표 IT 전시회인 SEK 2006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신 휴대폰·UMPC·DMB 수신기 등을 직접 작동해보며 IT 강국 코리아를 체험했는데
캄보디아에서 온 푸룸 펭 장군은 “흥미로운 장비와 서비스가 많다” 며 즐거워했다. 이라크 이슬람최고혁명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도 행사장을 다녀갔다. 초중고대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잇달았는데 탈북 청소년 20여명도 행사장을 찾았다.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공무원들의 단체 관람도 이어졌으며 한국전산원 관계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정부 인사를 데리고 전시장을 찾기도 했다.
○...새벽에 펼쳐진 스위스와의 축구경기 때문에 관람객이 적을 까 우려했던 업체들은 행사 마지막 날인 24일에도 관람객들이 밀려오자 싱글벙글. 9시 개장 직후에는 관람객이 뜸했지만 11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인파들이 계속 몰려들어.지난 4년간 코엑스에서 각종 전시회 관람권 배포를 담당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16강 진출이 무산돼 관람객이 적을까 우려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면서 “국내 최대 IT 전시회인만큼 올해 상반기 코엑스에서 열린 전시회 중 관람객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