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어 과연 MS의 대안이 어떤 방식으로 갈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술분야에서는 언론에 떠오르는 별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빌 게이츠가 MS를 은퇴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돼 MS의 최고경영진 중 한 사람인 마틴 테일러가 MS를 떠나는 등 포스트 빌 게이츠 시대가 흔들리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MS에 다양한 전략을 입안한 인물로서 힘을 실어 준 것은 물론 회사 내외의 신뢰도 두터운 인물로서 레이 오지의 최고 SW설계책임자(CSA) 임명과 연계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MS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뉴스팩터는 전략가 마틴 테일러의 퇴임을 계기로 한 기술 전략적 공백에 높은 우려를 표했다. 경영 측면에서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를 보필힐 뚜렷한 카리스마를 가진 경영자가 없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란 장점과 함께 회사운영에 대한 결단력에서 너무 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C넷은 “부엌에 주방장이 너무 많다”는 표현으로 이 과도기적 집단 체제를 비유했다.
전문가들은 MS에서 기술적 논쟁의 최종 결정자였던 게이츠 회장이 후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새로운 리더십 탄생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목소리가 나와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하고 있다.
◇우려감 기대감 반반=MS는 게이츠 회장이 겸직하고 있던 최고소프트웨어설계자(CSA) 직을 레이 오지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넘겼고, 크레이그 먼디 CTO를 최고연구전략책임자(CRSO)로 선택했다.
MS는 또 회사의 기술 전략을 만들 최고 지성들의 폭넓은 풀(pool)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내부 온라인 시스템도 갖췄다. 게이츠 회장은 2년 후에는 몇 가지 기술 프로젝트에 파트 타임으로만 참여할 계획이다.
시장 분석 업체인 ‘디렉션스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롭 호위츠 CEO는 빌 게이츠가 MS에서 차지한 역할을 감안할 때 그의 빈 자리가 너무 클 것으로 본다. 그는 “(MS의) 주요 제품 그룹들이 기술적 논쟁을 해결할 수 없을 때 게이츠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일이 진행됐다”며 “그가 기술 전략가 역할에서 떠나면 MS의 많은 일들이 어떻게 이뤄지겠나”라고 말했다.
마이클 실버 가트너 분석가는 유일한 권력자를 포기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MS에서) 의견이 많아지는 게 좋을 수도 있다”며 “MS가 벗어나야 할 것은 한 사람과 지나치게 밀접히 관련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게이츠가 자신이 고른 후계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분을 넘겨줄지도 의문이다.
과거에 MS의 최고 과학자 중 한 명이었던 네이선 마이어볼드 인텔렉추얼 벤처스 CEO는 지난주 “빌이 결혼했을 때 사람들은 ‘결혼이 그를 느려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SW 산업에서 빌 게이츠에게 파트 타임은 다른 사람들에겐 풀 타임”이라고 말했다.
앨 질런 IDC 분석가는 MS가 전진하기 위해서는 게이츠가 일부 영역을 오지 신임 CSA에게 넘겨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빌은 오지가 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 비켜나서 다른 역할을 맡아야 한다. 관리자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에게 변화를 이끌 융통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이끌던 프로젝트 어떻게 되나=실버 분석가는 “MS에는 빌 게이츠가 이끌어 온 다수의 프로젝트가 있다”며 “이 프로젝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MS가 윈도 운용체계(OS)의 파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중인 새 파일 시스템 ‘윈FS(WinFS)’도 우려 대상이다. C넷은 게이츠가 지난 주 한 인터뷰에서 오지 신임 CSA에게 윈FS에 대해 계속 열심히 해 달라고 로비할 계획이라고 말한 점을 들어, 게이츠가 이 프로젝트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밥 머글리아 서버 및 툴 사업 담당 수석부사장은 지난 주 한 인터뷰에서 “윈FS에 대해서는 모호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윈FS의 일부 기능을 SQL 서버에서 처음 선보이겠지만, 그 이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올 가을 윈FS 베타2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윈도 OS에 이 기술을 통합할지는 미지수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