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21세기 한국 문화산업의 총아로 불리며 ‘마이너 문화’ 혹은 ‘하부문화’에서 벗어나 ‘주류’로 화려하게 비상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소수 마니아 집단이 열정에 빠져 골방에서 개발하던 게임이 개화해 주목받는 산업의 일부가 된 것도 아직 10년조차 되지 않은 근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10년이 지나기도 전에 게임의 유해성 혹은 여러 부작용이 노출됐으며 이를 우려하고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게임에 관심이 없던 대중에게 어느 날 갑자기 노출된 게임 관련 화젯거리는 ‘충격적인 사회문제’로 부상, 다양한 부작용을 드러냈으며 이는 가끔 과장돼 ‘심각한 사회악’으로 몰린 채 대중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어떠한 모습이 게임을 ‘사회악’으로 비치게끔 만드는가.
게임을 가장 싫어하는 그룹은 일단 학부모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녀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용돈을 날리게 만드는 유혹, 과거 불량 학생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오락실’에 대한 나쁜 인상 등 게임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자녀를 보고 싶지 않은 학부모의 마음이 게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뿌리가 아닐까.
이러한 시각이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젊은이(게임을 즐길 만한)와 관련해 문제가 일어날 때 가장 먼저 게임과의 연관성을 짚어보게 하고 화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말 게임은 이용자를 빠져 나오지 못하게 중독시키는가.
어떤 면에서 현대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의 ‘플레이 타임’에 근거해 수입을 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기 때문에 사용자가 더욱 반복적이고 오랜 기간에 걸쳐 게임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시간에 근거해 수입을 내는 구조를 가진 것은 아니며, 그렇지 않은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도 있었다. 즉 소설이나 영화처럼 작품으로 제작돼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주며 결말이 존재하는 구조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고 소장하며 가끔씩 돌이켜볼 수 있는 전통적인 문화상품 형태의 게임도 존재한다.
이는 ‘패키지 게임’ 형태로 예전에는 주류를 형성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플레이 타임’ 기반의 게임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와 온라인이라는 새 트렌드에서 밀려나 현재는 그 규모가 굉장히 위축돼 있다.
정리하면,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 문제라면 그렇지 않은 게임 역시 그 대안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게임은 수익성이 적어서 외면받고 있으므로, 이러한 패키지 게임을 사회·교육적인 측면 그리고 게임의 건전성·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이 무섭다고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게임은 현대 청소년에게 이전 세대의 만화나 영화 등 다른 문화산업의 의미, 혹은 그 이상의 떨어질 수 없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즉 게임 문제는 게임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는 개발자 간의 합의와 자성으로 풀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 ‘패키지 게임’ 등 대안 게임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있는 발전만이 더욱 건전하고 올바른 게임산업을 키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임은 30년 후의 미래 문제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게임의 영향을 두려워 하는 것은 그 아이들이 사회의 중심이 될 30년 후의 미래가 두렵다는 의미다. 게임개발자 역시 개선해야 할 게임 문화와 그에 따르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논의를 시작하고 있으므로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겠지만, 사회와 정부도 이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광삼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byulbram@chungk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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