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본격적인 장마가 온다고 한다. 앞으로 한 달간은 꼼짝없이 이 친해지고 싶지 않은 장맛비와 함께 보내야 할 것 같다.
전국이 장마권에 들면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2006독일 월드컵 16강행 여부를 가름할 24일 새벽 스위스전도 빗속 응원이 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도 20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여름철 장마 대비 재난대책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장마는 여러모로 생활에 불편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반면에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를 반기는 업종도 있다.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업종이 대표적이다. 아무래도 장마가 지속되면 외출을 자제하는 쇼핑객의 눈이 안방 TV나 PC 모니터로 향하게 마련. 자연스럽게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GS홈쇼핑은 장마가 시작되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예년엔 매출액이 5∼10% 늘어났다고 한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역시 장마 기간엔 어림잡아 방문객이 10%가량 늘어나고 매출액도 5% 정도 증가했다.
올해는 월드컵이라는 절대적인 변수가 있지만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벌써 장마특수를 겨냥한 상품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장마와 상관없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기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한다’는 말이 있듯, 장마 기간에 조직을 추슬러 미래에 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막연하게 제품을 열심히 생산해서 시장에 내다 팔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계절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생산하고 판매하는 선진 마케팅 기법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지만 이상 기후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요즘에는 날씨 마케팅이 기업의 매출 증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를 둔 한 어머니가 날씨가 좋아도 걱정, 나빠도 걱정했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차라리 두 아들의 사업을 합쳐서 맑은 날엔 짚신을, 비오는 날엔 나막신을 주로 팔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