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24시간 편의점이 처음 문을 연지 벌써 17년이 됐다. 당시 편의점은 24시간 영업하는 소매점 정도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입출금·계좌이체 등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료·전화료 등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다. 또 편의점에서 택배서비스를 이용하고 관공서 민원 서류를 발급받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이런 편의점의 진화는 유통혁신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보기술(IT) 발전과 사회조직 변화 그리고 수요자 요구가 함께 접목되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마케팅 디자인, 고객 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수학·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각 분야 노하우를 연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비스에 과학을 접목한 ‘서비스 사이언스’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사이언스의 출현은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산업이 경제의 중심으로 등극하면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했고 이의 해결책으로 서비스 사이언스가 출현했다고 지적한다. 서비스 사이언스 개념을 정리한 것은 IBM의 웟슨연구소지만 스탠퍼드대학·조지아공과대학·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등 미국 20여 대학이 서비스 사이언스 전문학과 설립을 추진하는 등 서비스 산업의 과학적 분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대부분 과학 연구는 제조업 육성에 치우쳐 있었다. 즉 제조업에서 더욱 높은 효율을 얻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과학을 이용했다. 이러다 보니 서비스 산업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75%에 이르는 매우 큰 산업인데도 제조업과 비교해 생산성이 낮은 기현상이 벌어졌다. 과학적인 분석이 결여된 서비스 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불만이었고 투자가치 평가와 분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 산업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서비스 분야 생산성 향상과 혁신 활동 촉진, 더 나아가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가치평가의 타당성 및 투명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과거 컴퓨터 사이언스가 비주류에서 학문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컴퓨터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듯이 ‘서비스 사이언스’의 태동은 서비스 산업을 한 걸음 진보시킬 것으로 보인다.
IT서비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IT와 다양한 학문·산업이 연결되면 IT서비스 산업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IT서비스가 과거 단순용역 제공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서비스 자체가 모듈·상품화되고 분석·설계·개발·평가 등 공학적 프로세스를 거쳐 그 가치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IT서비스 육성은 선진 기업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IBM은 지난 90년대 이후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을 추진했고 현재 IT서비스 부문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52%에 이르고 있다.
국내 IT서비스 산업도 이제 단순히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 능동적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사이언스, 서비스 엔지니어링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도입하고 혁신해야만 한다. 이런 시도는 IT서비스 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것임이 자명하다. 또 IT서비스 개념과 속성을 제대로 인식해 글로벌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기관·학계·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난 2005년 타계한 경영학 대가 피터 드러커는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활동이 바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기 위한 기업의 핵심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드러커가 지적했듯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블루오션 전략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혁신하는 기업만이 성공 주역이 될 것이다. IT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분석을 접목한 IT서비스 사이언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업 혁신을 지원해 줄 것이다.
고순동 삼성SDS 전무, koh@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