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지멘스 통신장비사업 합작 배경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와 독일의 대표 기업 지멘스가 통신장비 분야를 합병, 선두 기업 에릭슨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회사는 19일 각사의 통신장비 사업을 합병해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Nokia Siemens Networks)’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합병의 목적은 비용 절감과 이통 장비 분야 선두 기업인 에릭슨을 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지멘스가 경영난에 빠진 통신장비 사업을 노키아에 넘기고 한 발짝 물러서는 형국이다.

 ◇NSN은 어떤 기업=새로 등장할 합작 법인의 기업 가치는 무려 30조원(316억달러). 매출도 19조원(199억달러)을 넘어 이통 장비 분야 세계 1, 2위인 스웨덴 에릭슨과 알카텔-루슨트 합병사를 압박하는 3위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로 떠오르게 됐다.

 두 회사는 NSN의 지분을 50 대 50으로 동등하게 갖는다고 발표했다. NSN의 본사는 핀란드 헬싱키에 들어서고 현재 노키아 네트워크 사업을 총괄하는 사이먼 베리스포드윌리(48) 이사가 신임 CEO로 내정된 상황이다.

 노키아와 지멘스는 합작 법인 설립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도 밝혔다. 오는 2010년까지 연간 15억유로(약 1조8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현재 6만명인 통신장비 인력 가운데 9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EU 당국이 통합 작업을 승인할 경우 NSN은 내년 1월 1일 정식 출범하게 된다.

 ◇합작 배경과 전망=양사의 합작 법인은 연간 650억달러인 세계 이통 장비 시장의 21%를 차지해 선두 에릭슨(26%)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멘스는 이번 합작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된다. 지멘스는 지난해 6월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대만 벤큐에 매각한 이후 통신장비 사업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의 휴대폰 업체와 제휴함에 따라 지멘스 통신장비 사업이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편 노키아는 이번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외에도 강화된 통신장비 제품군과 단말기를 함께 공급해 중국·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우위를 기대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계 연쇄 M&A 예고=이번 합병은 여타 통신장비 회사의 인수합병(M&A)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AT&T와 벨사우스, 버라이즌과 MCI의 합병 등으로 장비를 사줄 고객사가 줄어들어 통신장비 업체들은 덩치 키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미 지난 4월 초 프랑스 알카텔은 미국 루슨트를 134억달러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매입했다. 시장 주변에서는 노키아와 지멘스의 통신장비 사업 합병 이후 다음번 M&A 대상으로 노텔을 지목하고 있다.

 노텔은 지난 수년간 부정 회계 스캔들로 주가가 바닥권을 맴돌아 자본 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다만 캐나다 당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매각을 묵인할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이 밖에 알카텔-루슨트의 합병으로 매출 구조가 위험해진 주니퍼도 M&A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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