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통신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잔뜩 얼어붙어 있다. 단말기 불법 보조금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대폭 상향한 새 제도가 처음 적용될 ‘시범 케이스’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통신위 안팎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백억원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될 조짐까지 감지된다. 실제로 지난달 이동통신 3사가 모집한 010 신규 가입자 및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월간 사상 최대 규모인 95만명 이상에 달하는 등 가입자 유치경쟁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3사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달리 서로 뺏고 빼앗기는 마구잡이식 가입자 확보전쟁이 재연된 결과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 불법 보조금이 난무할 특별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당사자인 모 회사 마케팅 담당 임원조차 “최근의 양상은 서로 감정 싸움까지 치닫는 수준”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마디로 명분없는 불법 보조금 경쟁을 서슴지 않았다는 뜻인데, 이쯤 되면 통신위도 현상을 참작해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더욱이 통신위 사무국은 새 보조금 제도를 조기 안착시킬 수 있도록 불법 리베이트를 자제해 달라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에 수차례 경고하고, 때론 어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심판대에 오를 상황이 되고 보니 늘 그래왔듯 사업자들은 이번에도 역시 볼멘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비록 잘못은 했지만 불법 보조금이 과연 한 기업에 수백억원이나 되는 과징금을 물릴 정도로 국민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 범죄냐”는 얘기다. 냉정히 따져 보면 맞는 말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원래부터 이동통신 시장에서 뿌리 뽑기 힘든 보조금 규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법’이기 때문이다. 26일 회의가 과징금 부과로 가닥을 잡게 된다면 이에 앞서 통신위가 신경 써야 할 게 있다. 과징금 산정 기준을 먼저 명쾌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선발 사업자나 불법을 주도한 사업자에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둘 것인지,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얼마나 깎아줄지 등 세부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새 보조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게 새 과징금 제도라면,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투명하고 원칙적인 산정 기준이다. IT산업부·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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