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산하 아태정보통신교육훈련센터(APCICT)가 공식 문을 열었다. 지난 2004년 1월, 정통부와 외교통상부 그리고 인천시가 머리를 맞댄 지 1년 6개여월 만에 맺어진 결실이다.
APCICT는 유엔 산하로는 최초의 IT교육기관인데다 그 첫 발을 우리나라에서 내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센터 설립작업에 나섰던 실무진도 인천 바닷바람에 땀을 닦으며 비로소 한숨을 돌리는 눈치다. 현장에서 만난 정통부 담당 사무관은 “지난해 5월 ESCAP 총회에서 센터 유치가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주변국의 견제와 반대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반대의 목소리를 가장 높인 곳은 당시 독도문제 등으로 냉랭해진 한일관계의 한 축인 일본. 세계 주요기구가 수도인 방콕에 집중해 있는데다 일본과의 관계가 돈독한 태국과 호주 등도 가세했다. 이들 국가는 ‘출연금을 ESCAP에 기부하면 되지, 굳이 교육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 국가들은 센터 설립이 결정된 후 ‘우리는 왜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지 못했나?’라고 땅을 쳤다 한다. 특히 센터로 인해 한국IT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금부터 더 견제하는 눈치도 보인다는 귀띔이다.
지역특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나선 인천시가 센터 유치에 한 몫을 했다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벌여온 정통부의 해외IT교육 프로그램은 센터 유치의 원천이 됐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정통부의 해외 IT교육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국가는 90여개에 이른다. 이들 국가가 APCICT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 후원해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다는 것. 한국 IT 인프라의 우수성을 직접 경험한 국가에서는 전문가양성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APCICT를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에 공감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렵게 출범한 APCICT가 유명무실해지지 않고, 우리의 IT산업이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센터 운영을 맡는 실무자들의 노력을 다시 한 번 기대한다. IT산업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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