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6돌이다. 바로 6년 전, 오늘은 전 세계가 경악했다. 그리고 환호했다. 그것은 한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적대관계였던 남북 정상이 반갑게 감싸안고 두 손을 맞잡았다. 화해와 협력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사흘간의 회담을 통해 5개 항의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했다. 6년이 지나면서 남북 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금강산 개발과 개성공단 조성. 남북철도 도로 연결, IT분야 협력확대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민족의 영산으로 사계절마다 모습이 다른 금강산을 다녀온 사람만 100만명을 넘는다. 이제 금강산에 골프장까지 들어섰다. 개성공단에는 북측 근로자 7000여명이 일한다. 가히 놀랄 만한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매듭이 있다.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이산가족의 만남을 더 많이 쉽게 하는 일이다. 이들에게 혈육의 만남은 삶의 존재 이유다. 더 빨리 정신이 또렷할 때 이산가족과 만나고 싶어한다. 가고 싶으면 가고,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이산가족의 이런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이들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다. 胡馬依北風( 호마의북풍) 越鳥巢南枝 (월조소남지)’라는 옛 시가 있다. 잡혀 온 말이나 쫓겨온 새도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두고 깃도 그곳을 향해 튼다는 의미다. 짐승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이럴진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생이별의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고향과 혈육을 그리는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일에 다시 나서야 한다. 정부나 민간단체도 이 일에 나서고 있지만 그 수가 턱없이 적다. 통계청이 추계한 이산가족은 70만명이라고 한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신청한 사람만 12만5627명이다. 현재까지 이산가족을 만난 사람은 1만 4천6백여 명이다. 14%에 불과하다. 13차에 걸려 9500명을 직접 만나게 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제3국에서 만난 이도 있다. 이 중 IT기술을 활용한 영상상봉을 한 이는 1876명이다. 이런 상태라면 이들이 언제 다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영상상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산가족 1세대는 대다수 고령자다. 거동이 불편한 이도 있다. 이들이 영상상봉을 할 경우 지금보다 휠씬 편하게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다. 문제는 북측의 태도다. 북측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산가족의 만남을 늘려야 한다. 다년생 구근초 중에 모자불견초(母子不見草)라는 게 있다. 어미는 자식을, 자식은 어미를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름이 모자불견초라고 한다. 잎이 지고 난 뒤 꽃대가 나온다는 것이다. 남북은 영상상봉의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횟수를 늘리기만 하면 된다. 한국은 IT강국이다. 2002년 월드컵과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그리고 현재 독일 월드컵 등에서 IT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만큼 영상상봉을 확대하는 데 남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를 확대할 경우 남북 간 IT와 경제·과학기술분야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남북 경협을 둘러싸고 내부 이견이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간절한 기다림을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6·15 6돌을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늘리는 일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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